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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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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나는 텅 비어 있어요. 가슴 깊은 곳에서 빛나던 그 무언가가 이제는 잡히지 않네요. 그저 그 빈 자리의 허전함만 남아 끓임 없이 그것을 그리게 만드네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한땐 그 샘가에도 꽃이 피었죠. 달콤하고 시린 향을가진 흰색과 연분홍과 노랑의 물결. 하지만 이젠 기억뿐이죠. 그 부드러운 꽃잎의 촉감도 스쳐 지나가던 나비의 날개짓도 이젠 부질없는 추억이예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렇게 말하면 모든 것이 돌아올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바위에 꽃을 그린다해도 그 그림이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거기선 결코 향이나지 않지요. 달콤하고 시린 떨림도 없이 돌은 그저 매마르고 차가울 뿐.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저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안녕. 작별 인사는 내가 먼저 꺼낼게요. 그러니 그..
나비 나염 천 자락 바람결에 흩날리며 가려히 휘청이는 어깨 비밀스런 웃음 지으며 취한듯이 나폴대다 향기 너머로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만약에 누군가 나에게 물었죠. [만약] 너에게 100억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래? 먼저, 나를 위해 비행기 티켓 하나를 선물 하겠어요. 질릴 때까지 이 나라 저 나라를 여행하다, 적당한 시기가 오면 정착하는 거죠. 그때는 날렵하고 우아한 아비시나안 한마리와 나비를 닮은 검은 귀를 가진 파피용 한마리를 키울거예요. 그리고 아담한 크기의 건물을 사 그 안을 수 많은 책꽃이로 채우는거죠. 책꽃이는 다시 셀수 없을 정도의 많은 양의 책으로 가득 채우고, 최고급의 에스프레소 머신, 예를 들자면 Femad의 E61나 시모넬리의 아도니스를 들여놓고 카페를 여는거예요. 그 누구라도 원할때는 머물렀다 마음이 내킬때 떠날수있는 그런 곳을. 그러고도 돈이 남는 다면, 가난하고 착하고 어여쁜 아이들을 찾아 키다리 아저씨 흉내를 내보..
제임스 카메론의 상상력에 감탄한 - 아바타 며칠전인 17일,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중 동생의 전화가 걸려왔다. [심심해~!] ,,,;; 차가 없이는 시내로 나가기 힘든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이 추운날 30여분을 걸어서 밖으로 나오는건 삽질에 가깝다) 동생은 어쩔수 없이 하루종일 집에 있는 중이었다. 마침 전부터 보고싶었던 영화[아바타]가 개봉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동생에게 일이 끝나면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녀석은 쾌재를 불렀다. 사실, 아바타의 티쳐무비를 보고 생각 한것은 [음, 외계인과 지구인의 싸움인가?]정도였다. 조금만 더 영화에 대한 설명을 찾아 봤다면 적어도 영화의 제목이 왜 아바타인지는 알고 갔을텐데 워낙 sf나 판타지를 좋아하고 감독이 감독이니 만큼 사전 조사 전혀 없이(하다 못해 팜플렛도 안보고) 그냥 갔다. 덕분에 표를..
8 사각, 사각. 상념에 젖어있던 그는 문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시계 바늘은 제법 많이 움직여 있었다. 그는 안경을 벗고 미간을 문질렀다. 도수 있는 렌즈가 아니지만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투명한 렌즈 너머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어린 시절, 안경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그것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였지만, 좀 더 자라서는 그것들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안경을 쓰는 것은 볼 필요가 없는 것까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일단 시선에 들어오면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주의를 끄는 강한 힘이 있다. 그는 성가신 일에 얽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나루가 있는 방향을 항해 시선을 보냈다. 소녀는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을 ..
3 그는 셔츠 앞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어 입에 물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멀어져 가자 여인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아름다운 녹색의 눈동자 속에 자리한 동공은 세로로 길다. 여인은 잠시 동안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훔쳐보며 코를 킁킁 거리다 독한 담배 냄새가 흘러들자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의 무릎에 고개를 파묻어버린다. 약간 거친 입술 사이로 가느다랗게 담배 연기가 흘러나와 바람결에 흩어졌다. “귀찮긴 하지만 어쩔 수 없군.” 소녀, 김나루는 아직도 건물 안으로 들어서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엇을 보는 것일까. 시선은 학교 어딘가로 뻗어 있었다. 다시 강한 바람이 불었다. 남색 체크무늬 치맛자락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금방이라도 바람결에 춤추는 벚꽃 잎 사이로 사라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