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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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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urim 자우림 ─ Screw 나사 (螺絲) 아득히 높은 하늘 아래 나의 존재는 티끝같이 작아 그 위에서 내려다 본다면 작은 먼지 한톨과 다를바 없네. 바람에 날려 사라져도 그뿐. 비에 쓸려 흘러가도 단지 그뿐. 그러니 하늘을 올려다 보지마. 무거운 걸음으로 다시 오늘도 피곤이 가시지않은 머리로 어쩔 수 없지 이게 내 인생 나는 자리를 향해 출발해 쓰다가 버리는 작은 기계처럼 이런게 아니었지 목표는 꿈을 꾸었던 것이 언젠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아 어머니 당신은 알고 계시나요 나는 이름도 없는 나사 어머니 당신은 만족하시나요 내가 왜 살아있는건지 말해줘요 (어머니 당신은 만족하시나요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돌아갑니다 어떤 행복을 꿈꾸어 나는 경쟁하고 경쟁했는데 우리가 그린 미래는 드라마에 불과한 공상입니다 어머니 당신은 만족하시나요) 일상의 무게로 ..
그 곳 그곳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러나 흔하지 않으며, 넓지도 좁지도 않고, 인적이 드물지 않으나 사람의 발길이 많지도 않는 작고 오래된 골목 귀퉁이 어딘가에 있었다. 그 나무문은 골목이 생길 때부터 자리하고 있었고, 이제는 마치 골목의 일부인 것처럼 흐릿한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그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 문은 특별한 것이었다. 머리, 혹은 가슴 속, 아니면 마음, 심장이라 불리는 것의 한쪽 구석에서 필요를 느끼면 언제든 방문 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원하는 만큼 머물다 내키는 때 떠날 수 있는 곳. 갈색의 낡은 나무문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만 큰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이 손끝으로 살짝만 밀어도 부드럽게 열린다. 안으로 들어서면 당신은 부드러운 커피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빛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