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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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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각, 사각. 상념에 젖어있던 그는 문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시계 바늘은 제법 많이 움직여 있었다. 그는 안경을 벗고 미간을 문질렀다. 도수 있는 렌즈가 아니지만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투명한 렌즈 너머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어린 시절, 안경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그것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였지만, 좀 더 자라서는 그것들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안경을 쓰는 것은 볼 필요가 없는 것까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일단 시선에 들어오면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주의를 끄는 강한 힘이 있다. 그는 성가신 일에 얽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나루가 있는 방향을 항해 시선을 보냈다. 소녀는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을 ..
입술 입술물집 때문에 입술이 너덜너덜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난주보다 낳아졌지만 통증은 지금이 더 심하다. 밥 먹을 때도, 웃을 때도, 하품 할 때도, 알싸하게 당겨지는 입술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입을 작게 벌리기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별생각 없이 사과를 깨물어 먹다 찍하고 입술을 찢어먹은 어제 이후로 더 심해졌다. 자연형님이 입술에는 비타민 C가 좋다고 하시기에 (본인은 입술에 물집이 보이거나 입 안이 헐 기미가 보이면 비타민 C를 녹여 두잔을 완샷하신다고) 사과를 들고와 아삭아삭 배어물었다. 어서 낳아라. 불편하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