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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것이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네 살. “엄마, 저기 이상한 아저씨가 있어.” 뜰에서 놀다 평소처럼 가벼운 기분으로 조잘거린 한마디에 엄마는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 그래? 엄마 눈에는 안 보이는데?” 가볍고 무게 없는 대답은 그가 기대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 이전에도 몇 번인가 어머니에게 ‘그것’에 대하여 말한 적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흘려들을 뿐, 결코 분명히 대답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단 한번도. 가끔 그들과 시선이 마주칠 때가 있다. 물론, 그것들 모두에게 ‘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숨을 죽이고 조용히 주시하는 기척이 전해져 온다. 검고 서늘한 의식은 언제나 서서히 다가와 주위를 맴돈다. 그리고 끈..
사고 일은 언제나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 터지곤 한다. 오늘은 최악이라 부를만한 상태의 아이들이 내 수중에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각 반에서 돌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한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아예 한반이 통채로 돌출 행동을 한다. 그러다보니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선생님, 피나요." 당혹감 어린, 그러나 조급하지 않은 목소리에 나는 '아, 또 코피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녀석은 코피가 뒤통수에서 흐르고 있는게 아닌가! (그래, 정확히 말해 이것이 코피가 아님을 나는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녀석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한줄기 붉은 실선이 흘러내려 목덜미를 타고 옷깃을 적시며 둥근 얼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누가 그랬어?" 내가 묻자 아이들..
코피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붉은색의 점액질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입술과 앞섶에도 점점이 검붉은 얼룩이 새겨져있다. 아이는 당황한 나머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손으로 어설프게 코를 가리고 있었다. 허나 그것으로 피가 멎을지 만무하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손가락 사이로 붉은 빛이 세어 나오기 시작한다. 한숨이 나왔다. 나는 꼬마의 한쪽 손을 잡아채곤 말했다. “자, 일단 화장실부터 가자.” 녀석을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이곤 내 뒤를 따라 말없이 걸었다.
혈육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하곤 한다. 의심을 품을 이유도 요구 하는 것도 어떤 대가나 떠날 필요, 혹은 돌아올 필요도 없이 그저 곁에 있는것 서로를 보듬어 주는것 사랑하는 것 믿고 지키는 것 내 피가 되고 내 살이 되렴 언젠가 이곳에 도달한다면.
눈물, 땀, 비, 침, 피 눈물 - 감정이 차오르고 흔들려 넘친 것. 사람들은 울지 못하는 이를 향해 감정이 메말랐다는 표현을 쓴다. 땀 - 우리 신체가 어떤 운동을 할 때에 몸에서는 열에너지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방출하기 위해 땀을 생산한다. 그래서 땀이란 노력의 상징으로 흔히 쓰이곤 한다. 허나 언제나 흘린 땀과 그 대가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비 - 파동. 비는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추락하여 땅에 충돌하는 현상이다. 그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우리를 흔들기 때문에 비가 오면 사람의 감정이 움직인다. 침 - 음식물이 만나는 최초의 소화액. 식욕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중 하나로, 이것을 원하거나 충족할 때 타액이 분비된다. 무엇인가를 탐할 때 군침을 흘린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식욕이 얼마나 강하고 본능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