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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잠드는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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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드는 방법 차다. 차갑다. 겨우 잠들었나 했는데. 갑작스러운 불쾌한 습기에 소녀는 눈을 뜬다. 베갯맡이 축축하다. 처음엔 평소 습관처럼 침을 흘린 걸까 하는 생각이 짤막하게 머릿속을 스쳤으나, 젖은 부위가 지나치게 컸다. 생각이 깊어지는 동안 서서히 의식이 각성상태에 접어든다. 동시에 툭, 툭, 툭 하고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기 어린 울림이 귀에 들어온다. 소리의 근원은 바로 머리 위. 그제야 베게 끄트머리로 무엇인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둔한 진동이 뺨으로 전해졌다. 또 비라도 새는 걸까. 집주인에게 항의해야겠는걸. 귀찮은 마음에 옆으로 누운 상태 그대로 고개는 움직이지도 않고 한쪽 손을 머리 위로 뻗는다. 빠르지 않게 느릿느릿. 곧 소리의 근원에 도달한 손 위로 액체 방울이 떨어졌다. 톡, 톡, 톡. 차지 않았다...
빨리 잠드는 방법 늦은 시간. 사위가 온통 어둠 속에 가라앉은 가운데, 희미한 달빛 속에서 풀벌레들이 노래한다. 이제 8월도 다 끝나가는 시기이건만 오늘따라 견디기 힘든 열기가 밤의 공기 속에 감돌고 있다. 소녀는 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한참을 뒤척이고 있었다. 속삭이듯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어서 꿈속에 빠져들라 채근하듯 조용조용히 울렸지만 잠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하나, 둘, 셋. 수를 헤아려 볼까. 아니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우유를 마시는 거야. 머리맡에 양파를 가져다 두는 수도 있지. 몇 가지 잠을 이루기 위한 소소한 민간요법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지난날의 경험에 의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다. 아니, 그보다는 귀찮음이 더 컸음이라. 그렇게 더위와 싸우며 침대 위에서 뒹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