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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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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벗은 몸으로 오거라 아가야, 벗은 몸으로 오거라. 붉게 뛰는 심장 꺼내 들고, 가시밭 디딘 상처투성이 맨발 숨기지 말고, 볼품없이 마른 팔다리 청실홍실로 감싸지 말고 맨몸으로 오너라. 아지랑이 같은 맹세는 흔적도 남지 않지만 유리는 만든 우리는 네 살도 벤단다. 보렴. 온통 검붉은 얼룩투성이구나. 응당 그래야 하듯 썩은 상처 위엔 진물이 흐르게 두거라. 혀로 핥을 필요도 없다. 허나, 무서워 말거라. 제아무리 바스락거려도 해가 지기도 전에 잦아들고 다시 불, 그저 바람이란다. 그러니 아가야, 벗은 몸으로 오거라. 다 내려두고 그저 맨몸으로 오거라.
고양이로 산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난로앞은 편치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양이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쉬울것이다. 너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걷고 몸을 치장한다. 무례하게 뻗어오는 손길 사이에서 말 없이 상처를 치유하며 타인의 일인양 아픔을 억누른다. 때론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해도 거긴 너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군간 그것을 빨강이라 부르고 다른이는 파랑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보라빛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발톱을 갈고 침묵하며 높은 곳을 향해 오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전히 새로운 풍경을 꿈꾸며.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환삼덩굴 너에게 이름은 있으나 많은 이가 그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혹여나 그를 입에담는다 해도 그것은 저주에 가까울 것이다. 지난날의 모지게 내린 비에도 녹지 않고 너는 피어났다. 대지를 가르는 열기 속에서도 너는 피었다. 낫질을 하고 독을 풀고 혹은 짓밟아도 내뻗는 손발을 날카롭게 할퀴며 너는 핀다. 하늘에 대한 동경이 너를 살게 했다. 뿌리라는 이름의 발톱으로 필사적으로 매달려 높이 조금더 높이. 기어오른다 해도 반길이 없건만 거친 나무껍질을 물어뜯으며 닿지 못할 하늘로 또 한걸음. 그런 너일지라도 나염천 고운 천자락을 물들이고 향긋한 나물이되어 상위에 오르며 열에 들뜬 입술을 식혀줄수 있다고, 그러니 천하다 이르지 말라며 누군가는 말한다. 하지만 네가 남긴 상처는 달포가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심장은 ..
미련 이미 끝났다는 것을 더이상 이어 질 수 없다는 것을 그 뒤에 남은 것은 질척거리는 감정의 찌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얽혀드는 팔들을 뿌리치고 부스러 질 것이 뻔한 잿더미를 향해 한걸음 다시 한걸음. 손을 뻗었고 마침내 움켜쥔다. 채 식지 않은 열기가 남길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될것임은 외면한채
붉은 색 그것은 치명적이며 이성을 마비 시킨다. 둘러 생각하는 여유를 강탈하고 원시적 충동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그것은 상처, 위기의 대명사이다. 때때로 그것이 적절한 양이 사용되었을 경우 적당한 활기를 가져 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이것에 지나치게 물들어 버렸을 경우엔 평상시에는 결코 하지 않을 행동마저 저지르게 만든다. 색에 촉감이 있다면 그것은 묘하게 부드럽고 달라붙는 감촉일 것이다. 끈적거리며 밀도 있는 질감. 그것은 밝은 빛 속에 있을때 보다 그릿한 불빛 아래 그림자에 뒤덮힌채 볼때 더 선명하게 전해져 온다. 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깊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그래서 오랜시간 동안 흔적을 남기는 그런 향일 것이다. 망막에 새겨진 충격 만큼이나 강열한.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
세번째날 의자의 다리를 닦아 더러워진 걸래를 빨다보니 왼쪽 손등에 붉은 빛이 어른 거렸다. 무얼까 하고 내려다보자 선홍빛 작은 상처가 손등에 새겨 있었다. 차가운 물덕에 하얗게 변한 피부에 찍힌 붉은 빛이 유난히 예쁘게 보였다. 통증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상처가 있다는 것이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단지 언제 생긴 것인지 조금 궁금했을 뿐이었다. 천천히 걸래를 짜면서 되짚어보자 테이크아웃용 종이 트레이를 뒤적이다 모서리에 살짝 긁혔던 것이 생각났다. 서걱 거림이 짧막히 떠올랐다 지워졌고 그제야 희미한 따끔거림이 상처에서 솟아올랐다. 자신의 둔함에 불평하면서 화장실을 나오는데 오른쪽손을 화이트 보드 모서리에 부딛쳤다. 쾅! 아픈 것도 아픈거지만 그 소리가 너무 요란해서 아픈 척도 못하고 주방에서 후다닥 나와버렸다. 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충동적으로 상처 받을만한 말을 하곤 한다. 그 말을 할때 그의 목소리는 식어가는 가을 바람 같이 서늘하고 쓸쓸하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차가움에 자기 자신이 성처 받는다.
미안해요 이 글, 읽을지 안읽을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본다면 꼭 전하고 싶어요. 미안해요. 혹시라도 나때문에 상처 받은게 있다면 사과를 받아줘요. 그거 알아요? 이제 일주일 하고 조금 지났을 뿐인데 너무 힘드네요. 가끔 집에서 뒹굴거리다가도 밖에서 인기척이 나거나 개들이 짖으면 화들짝 놀라서 나가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없죠. 그러면 멍하니 바보같은 표정으로 돌아서요. 나, 이러는 내가 너무 싫어요. 한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