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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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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tali's Chaconne 처음 샤콘느를 들은 것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이 곡을 좋아하게 된 순간은 아직도 생생한데, 그건 아는 분이 이 곡을 주제로 쓴 짤막한 소설을 읽었을 때였다. 그건 아주 묘한 경험이었는데, 글을 익는 동안 계속 머릿속에서 샤콘느가 울려퍼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날은 하루 종일 카페인에 취한듯 심장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조용하고 무겁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점점 겉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쓸렸고 예정된 비극적인 운명을 향해 달려갔지만, 이야기의 끝 부분에서는 샤콘느처럼 환희에 찬 슬픔으로 마무지어진다. 지금도 가끔 때때로 그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가 있지만 아쉽게도 그 글이 올라와 있던 카페는 문을 닫았다.
오래간만에 샤콘느를 듣고 있는 중 비통하게 울리는 오르간의 전주 너머 숨 쉴틈도 없이 음에서 음으로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떨림 아, 역시 좋다. 일반적으로 야사 하이페즈의 샤콘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좀더 웅장한 느낌이 드는 지노 프란체스카티 버전이 좋다. 하지만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건 하이페즈 것 뿐이라 이것을 대신 올린다.
어제 영등포에서 어제 한시간동안 샤콘느를 들은 탓인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쓰잘데기 없고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혀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귓가에 속삭인다 [안녕?] 허나 지나치게 상념에 몰두해 있던 나는 5초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걸음을 멈추고 말을 건 사람을 찾아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인파속으로 스며든 그사람을 찾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녁에 그 이야기를 했더니 달이가 하는말 [언니, 영등포에 원래 좀 미친 애들이 많아.]
스트라디바리의 맹세 네것이 될 수 없다면 누구의 것도 되지 않으리. 스트라디바리의 맹세. 지독하게 아프고 어리석은 말이지만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 한 것은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