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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는 이빨이 있다 - 박노해 자사고 학생이 자살을 한다.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 먹어요." 저 높은 곳에서 유언장을 던지며 머리에는 이빨이 있다. 심장을 갉아 먹는 이빨이 지식에는 이빨이 있다. 가슴을 갉아 먹는 이빨이 느낌을 갉아 먹고 내면을 갉아 먹고 몸을 갉아 먹고 삶을 갉아 먹고 지구를 갉아 먹고 우정도 사랑도 영혼마저 갉아 먹는 저 탐욕의 이빨 가슴이 부르는 소리에 따르지 않는 머리에는, 무한 성장으로 터질듯한 머리에는 악마의 이빨이 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아가야, 벗은 몸으로 오거라 아가야, 벗은 몸으로 오거라. 붉게 뛰는 심장 꺼내 들고, 가시밭 디딘 상처투성이 맨발 숨기지 말고, 볼품없이 마른 팔다리 청실홍실로 감싸지 말고 맨몸으로 오너라. 아지랑이 같은 맹세는 흔적도 남지 않지만 유리는 만든 우리는 네 살도 벤단다. 보렴. 온통 검붉은 얼룩투성이구나. 응당 그래야 하듯 썩은 상처 위엔 진물이 흐르게 두거라. 혀로 핥을 필요도 없다. 허나, 무서워 말거라. 제아무리 바스락거려도 해가 지기도 전에 잦아들고 다시 불, 그저 바람이란다. 그러니 아가야, 벗은 몸으로 오거라. 다 내려두고 그저 맨몸으로 오거라.
그들의 입술에선 낡은 종이가 흘러나온다.종이에서는 신선한 잉크냄새가 난다.흘러넘친 그것을지층의 틈바구니에 남길 것이라 했다. 같이 종이라 불릴지라도너의 밤에 빛나던 별은흙과 물과 불길을 품고시간이 되어 스며든다.듣거라,뱀에게도 날개가 돋아났단다. 서툰 몸짓 아래 쌓인 편린이 부끄러운 맨발치로 굴러떨어진다.멀리서 묵墨이 운다.반짝임을 따라 오늘 또 한걸음 내딛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이미지 반짝임의 궤적을 따라 유리조각과 춤을 춘다.핑크빛 조직 안으로 투명함이 스며든다. 샛별이 떨어졌어요.달이 속삭인다.허나 창틀에 스민 빛에 눈은 이미 멀었다.붉은 손을 뻗어 집어든 파편은 생각 하던 바로 그 자리에 딱 맞아 들어갔다.언젠가 꿈에 봤던 그림이 얼굴을 내민다. 투명함과 함께 붉은 빛도 깊어간다.색이 그림 위에 눕는다.나는 다시 느린 춤을 시작한다.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건 중학교때. 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물건이었지만 쓰지않으면 견딜 수 없는 기분이었다. 고2 무렵이었을 것이다. 당시 나는 국어와 문학 작문 수업을 제일 좋아했다. 내부에 있는것을 외부로 끄집어 내는 작업들은 즐거운 일이었다. 당시 국어와 작문을 당담하고있던 교사는 30대 초반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조용한 여자였다. 수업시간에도 결코 함부로 언성을 높히는 법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수업시간은 매우 조용했다. 나는 그녀를 퍽 좋아했다. 언젠가 그녀는 이런말을 했었다. 자신은 처음엔 작가가 될거라고 생각했다고. 교사가 되는일은 없을거라 믿었다고. 하지만 졸업할 무렵엔 그런 생각은 멀리 사라져버렸다고. 그리고 대부분의 대학동기들이 그러했노라고. 어느날, 그녀에게 내가 ..
거리로 나가 꽃을 삽니다.살 수 없다면 꺾어서,꺾을 수 없다면 종이로 접어그대에게 건네렵니다. 꽃을 접는건 쉽고,한번 익히면 쉬 잊히지도 않아언제든 필요할때만들 수 있죠. 국화는 책에서,장미는 친구에게,동백꽃 접는 법은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말했다시피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랍니다.거절하지 않으면누구에게라도 전할 수 있어요. 그것이사람에서 사람으로먼길 굽이굽이 돌아다시 내게로 온다면,여한이 없을 겁니다. 거리로 나가종이를 사요.살 수 없다면훔쳐서,훔칠 수 없다면책장을 찢어꽃을 피워 흩뿌릴래요.
선물 이를테면, 생일날 큰 상자를 소중히 안고와 너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야 라며 떠넘겨 오는데, 기대에찬 마음으로 조심스레 열어보니 정작 안에 담긴 것은 낡고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그냥 잡동산이에 불과하고, 저쪽은 순진한 얼굴로 안색을 살피는데, 싫은 내색은 하지도 못하고 꾸며낸 미소로 거기 답하며 이것을 어찌 처리해야할까 속으로 한참동안 고민하는 그런 상황인거야. 그러니, 이것은 다시 상자에 담아 지하 으슥진 곳에 던져놓을 수 밖에.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거기 있을테지. 너무 낡고 무거워 홀로 들어올릴수도 없고, 건드리는 순간 조각조각 부숴져 버릴테니.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나르키소스 이제 알았소 내가 보고 있던 것은 진실이 아니었다오. 수면 위 그대 움직임은 사실과는 다르게 늘 반대 방향으로 향하니. 마치 그댄 거짓으로 치장한 까마귀 같소. 하지만 나를 닮은 그대 모습이 나를 속이곤 심장을 훔쳐갔고 아직도 그것을 되찾지 못해 나는 물가를 서성이고 있소. 이제 알았소 내 시선이 쫓던 것은 그대가 아니었다오.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수면 위의 일렁임. 사실 찰나에 불과했소. 나는 그 앞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오. 외곡된 상을 향해 손을 뻗지만 손 끝에 닿는 것은 서늘함 뿐. 잃어 버린 마음은 잡히지 않고 강은 그저 무심히 흘러갔소. 모든 것은 내 잘못이오. 잃어선 안 될 것을 잃었고, 보아선 안될 것을 봐버렸고,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 했소. 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소. 내 다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