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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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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각, 사각. 상념에 젖어있던 그는 문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시계 바늘은 제법 많이 움직여 있었다. 그는 안경을 벗고 미간을 문질렀다. 도수 있는 렌즈가 아니지만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투명한 렌즈 너머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어린 시절, 안경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그것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였지만, 좀 더 자라서는 그것들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안경을 쓰는 것은 볼 필요가 없는 것까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일단 시선에 들어오면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주의를 끄는 강한 힘이 있다. 그는 성가신 일에 얽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나루가 있는 방향을 항해 시선을 보냈다. 소녀는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을 ..
戀心 1. 광기에 대한 이미지. 2. 직, 간접적인 감정 묘사. ---------------------------------------------------------------------------------------- 노파는 여윈 손으로 점토 덩어리를 반죽했다. 표면이 말라붙어 있었기 때문에 반죽을 누를 때마다 딱딱한 덩어리가 부서지며 미세한 먼지를 날린다. 그녀는 손끝에 걸리는 마른 가루 뭉치들은 꾹꾹 눌러, 가르고 부순다. 그리고 가볍게 물을 축인 뒤 섞기를 반복한다. 가끔 너무 단단해서 부서지지 않는 덩어리들이 손끝에 걸릴 때도 있는데, 그러면 그 들을 골라내어 옆으로 치워버렸다. 가늘고 주름진 손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고 확고한 손놀림으로 그 지루한 작업을 계속 이어나갔다. 꾹 꾹. 땀이 배어 나..
미소 검은 강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순백의 벌판이 정적에 감싸이고 푸른 심연(深淵)이 둘 가장 깊은 곳에서 솟아날 때, 피같이 붉은 꽃 한 송이, 바람을 향해 고고히 웃음 짓는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