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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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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리고 그녀 제시문 시한부에 대한 한편의 짤막한 엽편을 적어주세요. 역순행적 구성을 따라주세요. * 링거 속의 액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했다. 모든게 지나치게 고용했다. 작은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 가지 소리 조자 없었다. 결국 나는 또 지난날 네가 만들어 내던 유쾌한 소음을 떠올리고야 만다. 마루 위를 걷는 맨발이 만드는 조용 조용한 울림. 너는 과자를 다 먹고나면 늘 아쉬워 투덜 거리며 봉투를구기곤 했다. 그때의 그던 바스락거리는 소리. 함께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길때 나던 종이가 스치는 소리, 그리고, 그리고, 남겨 두고 도망쳐야 했던 웃음 소리, 웃음 소리. 다시 격통이 밀려오고 네 얼굴은 점점 흐릿해진다. 팔다리가 뒤틀린다. 입술 사이에서는 인간의 것이라 생각 할 수 없는 끔찍한..
실수 당신은 갈망하던 초능력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 상황이 달갑지는 않네요. 당신의 상황을 들어 그 이야기를 납득시켜 주세요. ----------------------------------- 어리석었다. 지금까지 나는 '무지는 죄다'라는 말을 늘 오만한 자의 헛소리라 여겨왔었다. 하지만 만약 할 수 만 있다면 어제 그 얼간이 같은 짓을 벌였던 나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이런 비참한 기분에 휩싸여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스푼으로 팥 빙수를 거칠게 헤집었다. "오빠, 왜 그래요? 뭐 안 좋은 일 있어? 표정이 별로야." 나의 그녀가, 한 달 만에 만나는 그녀가 약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아니, 이제 더 이상 그녀는 '나의 그녀'라 부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