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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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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성격이 안맞는 사람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역시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피곤한 것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해도 따끔거리는 목과 열이 차오르는 귀와 마비 되어버린 코다. 가능하면 차가운 음식은 피하고 방 안에도 습도가 높아지도록 신경쓰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잘보고 잘듣고 잘구분해야 하는데 나는 2/3밖에는 잡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피곤하면 면역력이 더 떨어진다는데 12시에 퇴근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잠이 드는 시간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새벽 3시로 고정되어 버렸다. 내일은 아침 근무인데 일찍 잠 들 수 있을런지 살짝 걱정스럽다.
세번째날 의자의 다리를 닦아 더러워진 걸래를 빨다보니 왼쪽 손등에 붉은 빛이 어른 거렸다. 무얼까 하고 내려다보자 선홍빛 작은 상처가 손등에 새겨 있었다. 차가운 물덕에 하얗게 변한 피부에 찍힌 붉은 빛이 유난히 예쁘게 보였다. 통증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상처가 있다는 것이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단지 언제 생긴 것인지 조금 궁금했을 뿐이었다. 천천히 걸래를 짜면서 되짚어보자 테이크아웃용 종이 트레이를 뒤적이다 모서리에 살짝 긁혔던 것이 생각났다. 서걱 거림이 짧막히 떠올랐다 지워졌고 그제야 희미한 따끔거림이 상처에서 솟아올랐다. 자신의 둔함에 불평하면서 화장실을 나오는데 오른쪽손을 화이트 보드 모서리에 부딛쳤다. 쾅! 아픈 것도 아픈거지만 그 소리가 너무 요란해서 아픈 척도 못하고 주방에서 후다닥 나와버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