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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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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나는 텅 비어 있어요. 가슴 깊은 곳에서 빛나던 그 무언가가 이제는 잡히지 않네요. 그저 그 빈 자리의 허전함만 남아 끓임 없이 그것을 그리게 만드네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한땐 그 샘가에도 꽃이 피었죠. 달콤하고 시린 향을가진 흰색과 연분홍과 노랑의 물결. 하지만 이젠 기억뿐이죠. 그 부드러운 꽃잎의 촉감도 스쳐 지나가던 나비의 날개짓도 이젠 부질없는 추억이예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렇게 말하면 모든 것이 돌아올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바위에 꽃을 그린다해도 그 그림이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거기선 결코 향이나지 않지요. 달콤하고 시린 떨림도 없이 돌은 그저 매마르고 차가울 뿐.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저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안녕. 작별 인사는 내가 먼저 꺼낼게요. 그러니 그..
꽃은 모두 향기롭다. 그것이 종이 위에 피어난 것일지라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사진,그리고 일상...]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꽃놀이 우리 집의 벚나무는 조금 늦게 꽃이 피었지만, 연분홍빛 꽃잎은 여느 해 만큼 화사하게 만개했었다. 하지만, 감기에 후두염까지 겹쳐 오는 바람에 나는 자그마치 열흘 동안 끙끙거리며 앓아누워 있어야 했다. 출근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매일 나가기는 했지만, 집에 와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이불 속에 누워 지냈다. 급기야는 비마저 사흘 동안 내리 왔고, 몸이 다 낳았을 때는 꽃이 모두 저버린 뒤였다. 작년에는 디카를 새로 산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들뜬 마음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었는데 올해는 그럴 수 없었던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디카를 만지작거리다 꽃 사진이 몇 장 찍혀 있는 것을 발견 했다. 최악으로 아팠던 것으로 기억 되는 24일의 사진이었다. 출근하던 길에 파란 하늘과 흐드..
Ronnefeldt - Silberlindenblute 일전에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갔다가 받아온 샘플 티백을 우려봤다. 로네펠트의 제품인데, 이름이 참 예쁘다. 실버라임블러섬 Silberlindenblute 티백 포장도 이름 처럼 예쁜 자청색. 예열된 뚜껑있는 잔에 5분 정도 우려보았다. 살짝 뚜껑을 열고 향기를 맡아보자 차가운 공기를 확 밀어올리며 부드럽고 은은한 달콤한 꽃향이 난다. 수색도 향에 어울리는 엷은 황금빛. 맛은 상당히 옅은편인데, 은은하게 뒷맛에 달콤함이 느껴진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취향에 맞을 듯.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Tea and Coffee]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꽃다발 효과 당신은 난데 없이 누군가에게 꽃을 받았습니다. 이때의 상황이나 기분을 표현해 주세요. 단문 2, 장문 4 ---------------------------------------------------------------------------------------------------- "이거 가지세요." 감정이 절제된, 그래서 차갑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화려한 꽃다발을 떠넘겨왔다. 난데없이 길을 가다 완전히 생면부지의 여자에게 꽃다발을 받자 먼저 당황스러운 감정이 앞섰지만, 뒤이어 마치 거부할 권리라고는 없는 쓰레기통이라도 된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이 솟아올랐다. 나는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고 그러한 생각들을 표현하려는 순간(물론 말로), 어떤 전조도 없이 여인의..
그린티라떼 흔히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하지. 마치 제몸처럼 아낀다고. 그건 분명히 사실일거야. + 처음엔 그 둘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을 수도 있어. 하지만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둘의 시간이 천천히 겹쳐지고 공유한 시간이 그 겹쳐짐이 늘어나면 늘어 날 수록, 함께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가는거야. 아니, 그 단어마저 잊어버리게 되는 거야. 거기엔 [나]만 남아 있게 되는 거지. 우유와 녹색 차를 섞으면 더이상 그걸 우유와 녹차라 부르지 않고 그린티라떼라고 부르는 것 처럼. 그러다 어느순간, 다른 한쪽이 사라지면 더이상 그건 지금까지의 [나]라고 할수 없을 거야. 따뜻한 우유가 없는 녹색의차는 그냥 텁텁한 가루에 불과해 그리고 녹색의 차가 없는 우유는 그냥 밑밑한 흰..
매, 난, 국, 죽, 먹 - 매 - 짙은 고동색 가지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눈송이. 그 사이로 수줍게 피어오른 연분홍빛 향기에, 행인은 가던 길을 잊고 찬 바람 부는 겨울 돌담 가를 한참 서성인다. - 난 - 작고 가녀린 난초가 있었다.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꽃을 피운 난이었지. 예고도 없이 볼품없는 초록빛 꽃망울이 맺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었다. 허나, 채 피기도 전에 어린 아이의 손짓 한번에 무참히 뜯기어져 나가버렸지. 작고 가녀린 난초가 있었다. 길을 가다 난을 볼 때면 그 여린 초록빛이 아직도 선연히 떠오른다. - 국 - 티앙페이. 이 아가씨는 수줍음이 많아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단다. 유리로 만든 길고 투명한 방을 마련해, 따스한 물을 담고, 그 속에 살며시 넣어주렴. 조금만 기다리면 아름답게 피어날 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