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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단편

치질 때문에 죽어서 영혼이 떠나려는 사람.





....ㅠㅜ
분명히 강조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벌칙 게임의 벌칙이었음을 밝힌다;ㅂ;





눈 앞에 '빛'이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형용사를 붙일 수 있었다. 눈 처럼 새 하얗고 부드럽고 포근한. 그러나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는 '빛' 그 자체였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이유를 알수 없지만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면 나는 분명이 체면도 내팽겨 친채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울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눈물 샘도, 그 눈물 샘이 있는 눈도 그 눈이 있는 얼굴도 더이상 존재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왜? 멍하니 의문을 품었지만 머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본능에 의지해 나는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을 뿐이었다.
'녹아든다'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그 빛 안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하자 천천히 모든 기억이 되살아 나기 시작했다. 선명하게 떠오른 기억은 이윽고 하나하나 빛이 바래면서 사라져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질 것이다.
어떻게 그걸 아냐고? 안다. 나는 분명히. 그러나 곧 그 사실도 머릿 속에서 잊혀지고, 곧 최초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건 붉은 색었다.

휴지에 묻어난 독기 있는 색. 나는 겁을 집어 먹었다. 그때의 나는 어렸다. 만약 지금의 나였으면 별거 아니라며 좌욕을 하면 조기에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해 줄 수 있었겠지만, 당시 어린 마음에 나는 두려움과 수치심에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단지 속으로 삭일뿐이었다.

어느덧 나는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운동 부족과 균형잡히지 못한 식사는 자연스럽게 변비를 불러왔고, 휴지에 피가 뭍어 나는 횟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하지만 객기와 부끄러움 때문에 여전히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 답답함을 놀리듯 가끔씩 바늘로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나를 관통하곤 했다. 그럴 때면 최대한 엉덩이를 의자에 닿지 않게 주의하며 몸을 뒤틀지 않으려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 나이에 치질이라니 절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은밀한 이 고통은 매일 같이 나를 괴롭혔고, 결과 적으로 나는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순간이 늘어났다. 그 순간은 매우 커다란 차이를 불러 일으켰다. 결국 나는 그해 수능을 망쳤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취업은 쉬웠다. 하지만 시련은 늘 나를 따라왔다. 연이은 회식은 내 지병에 악영향을 끼쳤고, 결국에 의자에 앉는 것도차 힘든 시가가 도래해 버렸다.
결국 나는 미뤄뒀던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거 수술이 쉽지 않겠는데요?'
대머리 의사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보통은 작은 혹 수준이지만 오랫 동안 방치를 했던터러 그 치핵이 많을 뿐더러 그 부분이 너무 비대해졌습니다.'
그가 나를 돌아보며 무겁게 말했다.
'수술후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항문 협착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경우입니다. 아무래도 입원을 하시는 편이.'
하지만 나에게 장시간 입원할 시간과 돈따우는 없었다.

 붉었다. 유리창은 내 몸에서 튄 피로 물들어 있었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의아해 한것은 구름이 저 기 아래 쪽에 있다는 것이었다. 잠시후 나는 차가 뒤집혔다는 것을 깨닳는다. 급작스러운 고통을 느끼고 자세를 바꾸느라 신호를 확인 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어디가 심하게 손상 되었는지 팔이며 다리가 제멋 대로 퍼덕거린다. 그 와중에서도 저기 뒤쪽 엉덩이 틈바구니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격통이 나를 괴롭히다. 그것은 내장이 밀려들어가면서 동시에 끄집어 내지는 고통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입술은 꼼짝도 안한다. 대신 끄으으 하는 억눌린 소리만 간신히 흘러 나왔을 뿐이다.
천천히 몸이 식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몸의 중앙을 관통 하는 그 끔찍한 고통은 최후까지 나를 놓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빛'이었다. 천천히 모든 것이 멀어져 간다. 뒤에서 부터 느껴지던 잔인한 압박감과 통증 역시 서서히 흐릿해지고 있었다.
아아, 마침내 안식이 도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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