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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단편

고양씨와 늑대씨

 

  “안녕하세요.”

  고양씨가 야옹 야옹 거리며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늑대씨가 히죽 웃으며 답했습니다.

  “오래간 만이네요.”

  고양씨가 실눈을 더욱더 가늘게 하며 인사합니다.

  “네, 그러게 오래간 만이네요.”

  늑대씨는 날카롭게 삐져나온 송곳니를 더욱더 잘 보이게 입을 벌려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고양씨가 묻자,

  “뭐 요즘 양 한 마리를 잡아서 따시고 배부르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늑대씨가 대답합니다.

  “뭐라도 좀 드셔야죠?”

  고양씨가 메뉴판을 꺼내 들어서 늑대씨에게 건네줍니다. 늑대씨는 종이를 휘척휘척 넘기다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커피로 하겠습니다.”

  “네, 그럼….”

  고양씨는 종업원을 불러 커피 한잔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는 개다래나무 차를 시켰습니다.

  늑대씨가 말했습니다.

  “고양씨는 잘 지내셨나요?”

  눈을 가늘게 뜨고 고양씨가 답합니다.

  “요즘 쥐가 많이 돌아 다녀서 조금 바빴답니다.”

  “바쁘셨군요.”

  늑대씨가 말하자 고양씨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습니다.

  “네.”

  그리고는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어 까끌까끌한 혀로 깨끗하게 정돈했습니다.

  “몇 마리 잡기는 했지만, 아직 너무 많아서 다 잡지는 못했답니다.”

  그때 점원이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고양씨와 늑대씨는 꾸벅 인사를 하며 차를 받고는 후루룩 한 모금 마시곤 잔을 내려 두었습니다.

  둘은 잠시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고양씨는 눈을 가늘게 하고 늑대씨를 바라보았고, 늑대씨는 이를 드러내며 조용히 웃습니다.

  고양씨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차가 맛있네요.”

  늑대씨가 답했습니다.

  “네, 맛있군요.”

  늑대씨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다시 말했습니다.

  “한 모금 드시겠습니까?”

  고양씨는 내밀어진 잔을 받아 들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향긋함이 입 안 가득 퍼졌습니다. 고양씨는 야옹야옹 웃으며 말했습니다.

  “커피 향이 아주 좋군요.”

  늑대씨는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네.”

  고양씨가 다시 말했습니다.

  “추운데 있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와서 마시니 더 좋은 것 같네요.”

  그리고 다시 호르륵 호르륵 커피를 마십니다.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자꾸 마시다 보니 어느새 잔이 다 비어버렸습니다.

  “어머, 제가 커피를 다 마셔버렸군요.”

  늑대씨가 어깨를 들썩여 웃으며 말했습니다.

  “리필 해 드릴까요?”

  고양씨는 야옹 야옹거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종업원이 와서 빈 잔에 커피를 채워주고는 물러났습니다. 고양씨는 커피잔을 늑대씨의 앞에 다시 돌려놓았습니다.

  늑대씨가 하품을 하며 말합니다. 입을 크게 벌려서 날카로운 송곳니가 아주 잘 보였습니다.

  “하아암, 졸리네요. 어제 양 좀 잡는다고 늦게 까지 자지 못했거든요.”

  “저런 피곤하시겠네요.”

  “그렇지요.”

  늑대씨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머리를 긁적이다 말을 이었습니다.

  “그거 아세요?”

  “네? 뭘 말이죠?”

  고양씨가 묻자 늑대씨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습니다.

  “양을 잡을 때 말입니다….”

  양을 덮치는 시늉을 하더니 늑대씨가 말을 계속했습니다.

  “전에 잡았던 양의 가죽에 몸을 비비면 양이 제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죠.”

  “호오!”

  고양씨가 동그란 노란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습니다.

  “저도 쥐를 잡을 때는 그렇게 해봐야겠군요!”

  늑대씨가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네, 한번 해보세요. 냄새가 완전히 지워져서 전혀 모를 겁니다.”

  고양씨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합니다.

  “네, 그렇겠어요.”

  늑대씨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커다랗게 하품을 했습니다.

  “하아아암, 정말 피곤하네요.”

  스푼으로 개다래나무 차를 떠 마시던 고양씨가 말했습니다.

  “잠깐 눈이라도 부치세요.”

  늑대씨가 눈가를 훔치며 말했습니다.

  “그래야 하려나본데요.”

  야옹야옹 웃으며 고양씨가 말했습니다.

  “지난번엔 제가 졸았었지요.”

  “하하, 그랬었지요.”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늑대씨가 웃었습니다. 지난번에는 고양씨가 친구 고양이들과 밤새도록 쥐를 잡고난 뒤여서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왔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말았었지요.

  늑대씨는 기지개를 켜고 팔짱을 꼈습니다. 그리곤 곧 잠이 들었습니다.

  고양씨는 조용히 차를 마시면서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고양씨는 늑대씨에게 다가가 여느 고양이들이 그러듯 뺨을 부벼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늑대씨의 잠을 방해하기 싫어서 그만 둡니다. 대신 고양씨는 조용히 늑대씨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고양씨에게 있어 좋아하는 사람의 옆을 지키는 것은 여느 고양이들이 그러듯이 커다란 즐거움이니까요.

  고양씨는 늑대씨의 모습을 노랗고 커다란 눈에 한가득 담고 마치 그 풍경이 도망갈까 걱정이라도 되는 듯 눈을 가늘게 뜹니다.

  금빛 액자 속에서 늑대씨가 숨을 쉬는 소리가 작게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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