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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단편

잔인한 세상이여 안녕.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결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그 거대한 몸을 깊은 숲속으로 이끌어간다.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벗들을 찾아. 멈추지 않고, 머뭇거림도 없이. 지치고 노곤한 몸을 재촉하여 나무 그림자 사이로 서서히 걸어 들어간다.  걸음을 땔 때 마다 우아한 목과 다리가 흔들린다. 조용히 멈춰 서 있노라면, 그는 마치 한그루의 묘한 나무처럼 보일 것이다.


  그 뒤를 따르는 것은 두발 달린 짐승들. 조용히 숨을 죽이고, 대지의 뼈와 나무의 살로 만든 송곳니와 발톱의 세운다. 탐욕에 그 혼을 맡긴 듯 번뜩이는 시선. 


  그는 천천히 움직이던 다리를 멈춘다. 두발달린 짐승들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멈추지만, 폭력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벼려진 칼날을 결코 보고자 하지 않는다. 단지 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고자 할 뿐. 마치 기원이라도 하는 듯. 고고하게 그 긴 목으로 우러러 하늘을 본다. 일찍이 그의 선조들은 저 위를 자유롭게 노닐었을 것이다. 허나, 기나긴 평안 속에서 그는 날개를 손질하는 것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지금 하늘 가득 차오른 것은 검은 연기. 독한 향은 폐부로 스며들어 별들마저 침묵시킨다. 그는 하늘 향하여 노래했다. 낮고 멀리까지 울리는 목소리가 길게 울린다. 그 뒤를 검은 야수들이 잔인하게 덥덮쳐온다.






  젖과 꿀이 흐르는 대지. 우리의 선조들이 노래해 왔던 낙원의 문을 걸어 잠군 것은 그들 스스로였다.


  마지막 모아는 그렇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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