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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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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 초봄의 포도나무 가지는 바싹 말라있다. 봄부터 가을 까지 초록빛을 띄고 있던 가지이건만, 이젠 거친 갈색옷을 입고 있다. 묵은 가지에서는 포도가 열리지 않기도 하고 지나치게 나무가 크게 자라면 여러모로 불편하기 때문에 작년에 자란 가지들은 잘라줘야 한다. 수세를 봐가면서 가위질을 하시는 이여사님! 이렇게, 눈을 한두마디 남기고 싹뚝 싹뚝 잘라준다. 궂이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가지는 다 일일이 손으로 잘라야 하고 그 잘라난 가지를 걷어 내리는 것 역시 수작업이다. 우리집은 이렇게 사람의 머리 위로 가지가 자라는 천장식이어서 일을 하다 보면 조금 목이랑 허리가 아파진다. 절사에 걸린 나뭇 가지를 끄집어 내는 것은 제법 성가시다. 하지만 이렇게 예쁘게 정리해둔 가지를 보면 뿌듯해진다. 이런 형태의 수형은 빛..
빨리 잠드는 방법 늦은 시간. 사위가 온통 어둠 속에 가라앉은 가운데, 희미한 달빛 속에서 풀벌레들이 노래한다. 이제 8월도 다 끝나가는 시기이건만 오늘따라 견디기 힘든 열기가 밤의 공기 속에 감돌고 있다. 소녀는 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한참을 뒤척이고 있었다. 속삭이듯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어서 꿈속에 빠져들라 채근하듯 조용조용히 울렸지만 잠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하나, 둘, 셋. 수를 헤아려 볼까. 아니면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우유를 마시는 거야. 머리맡에 양파를 가져다 두는 수도 있지. 몇 가지 잠을 이루기 위한 소소한 민간요법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지난날의 경험에 의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웠다. 아니, 그보다는 귀찮음이 더 컸음이라. 그렇게 더위와 싸우며 침대 위에서 뒹굴..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스캐너, 스피커, 프린터 키보드 - 구체적인 의사표현.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형상화 하는 도구. 하나만 삐끗해도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자칫하면 창을 최소화 하는 것이 아니라 종료시켜버리는 수가 있다. 마우스 - 제스처. 때로는 말보다 행동이 빠른 법. 그러나 말의 도움 없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고 효율도 낮다. 모니터 - 이세계로 통하는 창문. 그 안에서는 실제로 이루어 질수 없는 모든 일들이 벌어진다! 스캐너 - 입력장치. 이세계로 현실의 물건을 투입하고 싶을 때 사용. 스피커 - 성대. 원본이 같다 해도 성능에 따라 흘러나오는 소리는 다르다. 마치 같은 노래라 해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그 음색이 다르듯. 프린터 - 출력장치. 이세계의 이미지를 현실로 끄집어낼 수 있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