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문

(10)
꿈을 꿨다. 검고 텅 빈 무한 속에 내던져진 작은 조약돌만한 은하 귀퉁이의 좁쌀만한 별 주위를 맴도는 바늘끝만한 행성의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집의 밝아오는 아침 갈색 향 흘리는 토스트 위로 메끄러지는 버터나이프 와삭, 소리가 굴러 떨어진다. 가벼운 포옹과, 야옹 나른히 내뱉은 울음소리 너머 멀어지는 발걸음. 훔쳐다본 창밖 앙상히 말라 오스사니 떠는 나뭇가지 끝자락의 잎새는 기필코 떨어진다. 우아하게 뒤틀려 묘비 위를 흩날리는 그 뒤를 쫓아 달리다 새를 발견 했지. 단숨에 덮쳐 발톱으로 숨통을 조른다. 뭍 위로 끌어올려진 물고기의 퍼덕임을 본적 있니. 말갛던 눈망울은 충혈 된 아가미 빛을 띠었지. 그 순간, 손끝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렸다. 하나하나 정성들여 깃털을 뽑았지. 난잡히 흐트러지고 ..
시점변환 - 술래 시점변환 단문장문의 상황에서 반대편의 입장에서 써주세요. 나는 그 녹슨 철문을 내려다본다. 수십 명의 사람이 숨죽여 웅성이는 듯한 기척이 전해져온다. 이 안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이젠 끝날 것이다. "숨어도 소용없어." 손을 뻗어 금속 손잡이를 잡자 소름 끼치는 냉기가 파고든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나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며 선언한다. "이제 모든 걸 끝낼 시간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해넘이 늦은 오후, 나뭇가지 사이로 숨어드는 태양 길위에 붉은 족적을 남기네. 길게 늘인 검은 옷자락 그 흔적을 지우고 누구도 알지 못하리 그녀가 잠드는 곳.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사각사각타닥타닥에서 회원을 모집합니다 안녕하세요~ 작문연습&창작 카페 사각사각타닥타닥에서 회원을 모집하려고 합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장기적으로 작문 활동을 하려는 분들을 모시고 있답니다. 글이라는 것이 그냥 무작정 쓰기만 하면 느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하에 여러가지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 주기적으로는 단편 소설을 쓰는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아직 작은 카페이지만, 오프라인 활동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요^^ 정말 글 쓰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래 배너를 클릭해 주세요! PS. 저희 카페는 20세 이상 되시는 분만 가입가능하십니다. 자세한 카페 회칙은 아래를 참고해 주세요~ 1. 카페의 목적. 사각사각 타닥타닥은 글을 쓰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다른 분들을 글을 읽고 답을 달아주는 것도 좋지만, 글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곳이죠. 글은..
8 사각, 사각. 상념에 젖어있던 그는 문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시계 바늘은 제법 많이 움직여 있었다. 그는 안경을 벗고 미간을 문질렀다. 도수 있는 렌즈가 아니지만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투명한 렌즈 너머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어린 시절, 안경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그것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였지만, 좀 더 자라서는 그것들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안경을 쓰는 것은 볼 필요가 없는 것까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일단 시선에 들어오면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주의를 끄는 강한 힘이 있다. 그는 성가신 일에 얽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나루가 있는 방향을 항해 시선을 보냈다. 소녀는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을 ..
6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1학년 3반 교실. 문 안쪽에서는 소란스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점심시간, 오십 여분 가량의 자유 시간 동안 흐트러진 아이들에게 조용히 자습을 하면서 기다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중 하나. 단 5분이라도 더 많이 까불고 떠들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역시 수업도 중요하다. 운율은 예고 없이 교실의 문을 열었다. 아직 중학생 티를 벗지 못해 자그마한 소년소녀들이 화들짝 놀라서는 재빨리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책상에서 자세를 바로하면서도 아이들은 국어 시간인데 최명학이 아닌 운율이 들어오자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운율은 아이 들을 둘러보며 편안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 ..
5 상념에 젖어있는 동안 바닥을 내려다보던 소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하얀 꽃잎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깊은 호수를 닮은 촉촉한 눈동자가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던 소녀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아니, 사실 그렇게 느린 속도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묘하게 그 모습에서는 일종의 엄숙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삼켜졌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운율은 어떠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암(暗). 그순간 만물은 색을 덧칠해 진 듯, 짙고, 선명하고, 그러면서도 어두운 빛으로 감싸였다. 조금 전까지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맑은 빛이었던 풍경들은, 그 순간만큼은 유화의 그것처럼 무겁고 강한 질감을 띠고 있었다. 세상이 넓고 거대한 검은 천에 뒤덮인 것 같았다. 그리고, 모..
한때 그 거리에는 왕들이 거닐었네 한때 그 거리에는 왕들이 거닐었네. 세상은 풍요로웠으며 냉혹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네. 시간이 흘러 모든 왕들은 꽃처럼 지고 세상은 풍요도 아름다움도 잃어 냉혹함만 남아있네. 과거의 유물. 모래 한줌과 블록 몇개 낡은 천조각을 보며 사람들은 노래하네. 어린시절 모든 사람은 왕이었네. 세상은 풍요로웠으며 냉혹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