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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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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 사실 그건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유기된 감정.유기된 시간.유기된 기억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잃어버렸다 말해야 한다.그러면 그 순간들은빛에 장시간 노출된 사진처럼애뜻하고아름다우며흐릿하고사랑스럽게편집된 영화의 한 장면 처럼물드는 것이다. 나에게 너는 잃어버릴 것이다.너에게 나는 무슨 의미였을까.
나의 사랑스러운 2004년, 판소 카페 묘사 대행진에 내려고 쓰던 글이었는데 3000자를 4000자로 잘못 기억 하는 바람에 적기만 하고 참가는 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시험 기간인데 공부도 안되고 하고 끄적였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녀석은 상당히 못난 얼굴을 하고 있다. 물론 길고양이치고 샴 같은 우아함을 지닌 녀석을 찾아보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나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녀석들이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허나 녀석은 절대 그런 고고하고 깔끔해 보이는 고양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길고양이 중에서도 정말 못난 축에 속해있었다. 녀석의 머리는 밤톨 같이 둥글 넙적한 느낌으로, 마늘쪽 같은 작은 귀가 말 그대로 붙어 있는 식으로 달려 있었다. 눈은 심술궂은 모양으로 쫙 찢어져 있으며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코..
흔적 그 사람이 도망가 버렸어요. 아는 것이라곤 전화번호와 블로그 주소 작은 카페의 운영자라는 것 뿐이었는데. 그 모든걸 다 지워버리고 그냥 사라졌어요. 더 많은걸 물어 봤어야 했을까요? 하지만 언제나 너무 빙 돌려서 적은 그 말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하는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답니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그는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구토를 하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 핸드폰 번호와 사는 집과 블로그의 주소 머무르고 있는 카페를 그는 알고 있습니다. 그가 나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금세 찾을 수 있을겁니다. 나는 마치 달팽이처럼 언제나 길고긴 흔적을 남기곤 하기 때문에.
기억, 추억, 죄책감, 후회, 사진 기억 - 과거의 흔적. 이미 지나간 뒷날들을 돌아봄으로써, 우리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스쳐 지나간 모든 풍경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하나, 그것을 의식세계로 끌어낼 때는 개인의 주관의 영향으로 실제 경험과는 다른 형상으로 되 살아 나기도 한다. 추억 - 퇴적물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지저로 돌아간다. 견딜 수 없는 강한 압력과 열을 받아 이윽고 그 중 소수는 빛나는 돌멩이로. 추억이란, 바로 그런 보석과 같은 것이다. 죄책감 -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 할 때, 우리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감정. 큰 죄를 범하면 범할수록 우리는 더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허나 그 죄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혹자는 붉은 신호등에 길을 건넌 것을 부끄러워하며 참회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