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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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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개 내리는 산기슭 는개 내리는 산기슭오르는 바지 끝자락촉촉히 젖어 가는데느린 걸음 재촉해도 야트막이 깔린 운무예 흩어질 줄 모르네
단어연습 - 받치다, 받히다 : 빌리의 결투신청 그후 빌리는 한 손에 받쳐 들고 있는 작은 반지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이 엄청난 실수로 인한 절망감 역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알프스 산맥 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진 눈송이 하나가 거대한 눈덩이로 불어나는 것에 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쿵, 쿵.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요란하게 뛰는 심장 소리만이 유일하게 그의 귀에 들어올 뿐이었다. 산드라의 답변이 돌아온 것은 둘 사이에 이어진 정적만큼이나 무거운 시간이 흐른 뒤였다. "좋아, 그 신청 받아들일게." 빌리는 그 말에 마치 거대한 종에 머리를 받힌 듯한 충격을 받았다. 대 앵, 대 앵, 대 앵! 좋아, 그 신청 받아들일게. 좋아, 그 신청 받아들일게. 그 신청 받아들일게. 그 신청. …그런데 산드라는 ..
조용히 그녀의 어깨가 떨린다. 절실히 페이지를 넘긴다 종이는 얇고 부드러웠지만 가벼이 넘기지 못하는 탓은 그 안에 담긴 의미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헛되이 읽고 또 읽는다 허나 이미 새겨진 문구는 눈동자 안에 투명한 무게만을 더해가고 겹겹이 쌓인 그것은 마침내 흘러넘쳐 세상을 흐트러트리고 잉크마저 번지게 했지만 가슴 깊숙이 새겨진 단어는 변치 않고 마침내 편지는 가녀린 손안에서 무참히 구겨진다 조용히, 그녀의 어깨가 떨린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단어연습 - 모사模寫/모사謀士 "너, 제법 풍문에 밝은 듯하다만." "일단은 이야기꾼이니 말이죠." "그럼 모사꾼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 있나?" "그럼요. 왜, 무슨 위조 예술품이라도 만드시게요?" "넌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오냐." "네? 모사[模寫] 1 사물을 형체 그대로 그림. 또는 그런 그림.2 원본을 베끼어 씀.3 어떤 그림의 본을 떠서 똑같이 그림. 모사[謀士] 1 꾀를 써서 일이 잘 이루어지게 하는 사람.2 남을 도와 꾀를 내는 사람.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6월 2일 K는 말한다. "그분이 타계하신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군요."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M을 바라본다.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M은 진중한 표정으로 K를 바라보며 답했다. "그건 바로 우리들 하나하나의 손에 달려있네." 어리둥절해하며 K가 바라보자 M이 다시 말을 있는다. "자네, 다음 달에 무엇이 있는지 잊은건 아니겠지?" "다음 달이라 하심은…. 아!" K는 자못 송구스러운 표정으로 M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워낙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잊고 말았네요." M은 K를 책망하는 대신 허허 웃어 보였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너무 자책하지 말게. 그저 잊지만 마시게." "예, 절대 잊지 않도록 주의, 또 주의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K는 달력 앞으로 달려가더니 6월의 어느 한 날에..
단어연습 - 요새, 금세 요새 : 요 + 사이의 준말 금세 : 금시 + 에의 줄인말. "요새 눈이 자주 옵디다." "그러게요. 지금만 해도 금세 눈이 내릴 것처럼 하늘이 흐리네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단어연습 - 쉐이프 쉬프터 라이프 - 2 : 느리다, 늘이다, 늘리다 느리다 : 진도가 너무 느리다.(속도) 늘이다 : 고무줄을 늘인다.(길이) 늘리다 : 수출량을 더 늘린다.(양) 나는 느리게 주차장을 가로질러 아파트의 담벼락으로 다가갔다. 붉은 벽돌로 2.1m 정도 높이로 쌓여진 담벼락은 담쟁이덩굴이 늘어져 있었다. 나는 재빠르게 웅크렸다가 척추를 용수철처럼 늘이며 그 위로 뛰어올랐다. 나뭇잎이 앞발, 이어서 뒷발에 스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그 밖의 소리는 전혀 나지 않는다. 고양이일 때의 내 발바닥은 매우 부드러워 이런 충격쯤은 매끄럽게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의 비틀거림도 없이 담벼락 위에 올라섰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높은 곳을 걷는 것은 좋다. "멍멍멍멍!!!" 저런 성가신 개들과 실랑이를 할 필요도 없고. 나는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
단어연습 - 바라고 바래다 빛바랜 낙엽을 주워든다. 앙상한 잎맥을 따라 본래의 색을 완전히 잃은 잎은 거의 흰색에 가까웠다.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 이처럼 천천히 빛을 잃고 공기 속으로 흩날려 버린다. 너를 마지막으로 바래다주었던 그 가을날, 천천히 붉은빛 낙엽 사이로 멀어져 가는 너 뒷모습을 바라다보며 그 순간의 모든 것을 기억하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맹세했지. 모든 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허나 그러한 바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마모되어 이제 대부분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봄에는 나비를,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엔 영롱한 새의 노래를 들으며 너에 대한 기억을 반복해서 되새겼다. 나비의 날갯짓을 닮은 너의 걸음걸이, 해바라기와 같던 크고 화려한 미소, 명랑한 새와 같이 쉴새 없이 울리던 목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