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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2)
꿈을 꿨다. 검고 텅 빈 무한 속에 내던져진 작은 조약돌만한 은하 귀퉁이의 좁쌀만한 별 주위를 맴도는 바늘끝만한 행성의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집의 밝아오는 아침 갈색 향 흘리는 토스트 위로 메끄러지는 버터나이프 와삭, 소리가 굴러 떨어진다. 가벼운 포옹과, 야옹 나른히 내뱉은 울음소리 너머 멀어지는 발걸음. 훔쳐다본 창밖 앙상히 말라 오스사니 떠는 나뭇가지 끝자락의 잎새는 기필코 떨어진다. 우아하게 뒤틀려 묘비 위를 흩날리는 그 뒤를 쫓아 달리다 새를 발견 했지. 단숨에 덮쳐 발톱으로 숨통을 조른다. 뭍 위로 끌어올려진 물고기의 퍼덕임을 본적 있니. 말갛던 눈망울은 충혈 된 아가미 빛을 띠었지. 그 순간, 손끝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렸다. 하나하나 정성들여 깃털을 뽑았지. 난잡히 흐트러지고 ..
들리나요, 문을 걸어 잠군 동굴의 문턱을 두드리는 바람의 노래. 따사로운 손길로 차가운 얼음의 벽을 어루만지고 있어요. 알 수 있나요, 오직 바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기를 울리는 온기에 귀를 기울여 봐요. 그것이 말라비틀어진 진흙구덩이에 지나지 않았을 지라도 부드러운 바람이 그 옆을 스쳐 지나가며 갈색 풀더미들을 바스락 거리게 만들고, 톡, 토독 작은 도토리들 서넛, 장난 스레 샘 주변으로 몸을 굴리고 한 마리 붉은 물고기, 메마른 땅 위에 그 춤을 바치죠. 그것이 범해서는 안 될 터부라 여겨져 왔을 지라도 파르르 떨리는 귀뚜라미의 날개와 같은 마음으로 노래하고 걷고 또 걷는 개미의 집요함으로 다가가지요. 하지만 때론 가시 위를 지나는 달팽이와 같은 너그러움도 필요하답니다. 들리나요, 지저에 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