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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나는 텅 비어 있어요. 가슴 깊은 곳에서 빛나던 그 무언가가 이제는 잡히지 않네요. 그저 그 빈 자리의 허전함만 남아 끓임 없이 그것을 그리게 만드네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한땐 그 샘가에도 꽃이 피었죠. 달콤하고 시린 향을가진 흰색과 연분홍과 노랑의 물결. 하지만 이젠 기억뿐이죠. 그 부드러운 꽃잎의 촉감도 스쳐 지나가던 나비의 날개짓도 이젠 부질없는 추억이예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렇게 말하면 모든 것이 돌아올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바위에 꽃을 그린다해도 그 그림이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거기선 결코 향이나지 않지요. 달콤하고 시린 떨림도 없이 돌은 그저 매마르고 차가울 뿐.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저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안녕. 작별 인사는 내가 먼저 꺼낼게요. 그러니 그..
아이 엠 넘버 포 - 매우 잘 만든 헐리웃 스타일 영화 크레이지티켓에서 초 저가로 씨너스 영화 예매권을 구매한 기념으로 동생과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블랙 스완은 동생이 이미 봤기 때문에 우리가 택한 영화는 [아이 엠 넘버 포] 영화의 티처무비나 포스터 한장 보지 않고 그냥 최근 뜨는 영화에 소설이 원작이라는 것 까지만 알고 선택했는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상영관의 문을 나서면서 동생과 나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 영화 재미있는데?] 라고 조금도 주저 없이 말했다. 정작 영화의 자세한 정보를 찾아 본것은 바로 오늘,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다. 알고보니 이 영화의 감독은 디스터비아, 이글아이의 D.J. 카루소! 아,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세 영화의 분위기가 묘하게 유사하다는 것을 깨닳았다. 속도감 있는 진행과 스릴 있는 화면 연출이 바로 그렇다. 그..
들리나요, 문을 걸어 잠군 동굴의 문턱을 두드리는 바람의 노래. 따사로운 손길로 차가운 얼음의 벽을 어루만지고 있어요. 알 수 있나요, 오직 바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기를 울리는 온기에 귀를 기울여 봐요. 그것이 말라비틀어진 진흙구덩이에 지나지 않았을 지라도 부드러운 바람이 그 옆을 스쳐 지나가며 갈색 풀더미들을 바스락 거리게 만들고, 톡, 토독 작은 도토리들 서넛, 장난 스레 샘 주변으로 몸을 굴리고 한 마리 붉은 물고기, 메마른 땅 위에 그 춤을 바치죠. 그것이 범해서는 안 될 터부라 여겨져 왔을 지라도 파르르 떨리는 귀뚜라미의 날개와 같은 마음으로 노래하고 걷고 또 걷는 개미의 집요함으로 다가가지요. 하지만 때론 가시 위를 지나는 달팽이와 같은 너그러움도 필요하답니다. 들리나요, 지저에 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