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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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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이 주렁주렁 며칠전 서류때문에 음성에 다녀올일이 있었다. 자잘한 일들을 다 해치우고 중요한 일은 다 한다음 한동안 비워뒀던 집을 정검하기위해 들렀다가 과수원 여기저기 늘어진 고드름이 눈에 띄어 사진에 담아봤다. 우리 과수원의 비닐하우스는 중간중간 천장이 뚤려있어서 그 틈사이로 녹아 미끄러진 눈이 고드름이 되어있었다. 하얀 눈 위로 점점이 찍힌 작은 발자국. 이 근처에는 개를 풀어두고기르는 사람이 없어서 들고양이 천국이다. 여름에는 먹고남은 음식을 노리고 몰려들었었는데 사람이 집을 비운 이 집 근처를 아직도 배회하고있다. 마땅히 먹을 것도 없을텐데. 제일 장관인것은 원두막이었다. 처마마다 길고 짧은 고드름들이 가지런히 매달려있다. 가까이에서 봐도 아주 투명하다. 차 뿐만 아니라 사람의 기척조차 없는 곳인지라 먼지 한톨..
내 고장 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 향기로운 포도원 내 고향은 아니지만, 7월에 익어가는 새초롬한 초록빛 포도는 참으로 싱그럽다. 그날은 비가 왔다. 엄마는 일손이 부족해 전전긍긍하고 있었기에 그것은 행운이나 다름 없었다. 다른 밭의 노는 일손들은 다 우리 과수원으로 왔다. 사실 하우스 재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엄마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그날은 참으로 잘한 일이란 것이라고 느꼈다. 다른 과수원들은 비가 오면 일을 쉬지만 향기로운 포도원은 오히려 좋기만 했다. 이런 날은 볕도 안나고 시원해 일하기가 매우 좋다. 문외한은 사진만으로는 무슨 포도인지 구분을 못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읇는다고, 과수원집 딸로 자란지 이십여년, 이제는 익기전의 다같은 초록빛이라도 구분을 할 수 있다! 실험 재배중인 경조정. 껍질째먹는 청포도의 일종인데 내가 제일 좋아..
음성을 다녀 와서 지난주 휴일은 마침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동생과 같이 음성에 가기로 했다. 12시쯤 일이 끝나자마자 차를 탔는데도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역시 고속 도로가 아닌 국도는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늦을테니 먼저 자라고 엄마가 연락을 했는 데도 이모는 아직 주무시지 않고 있었다. 조금 죄송하기는 했지만누군가가 반겨 준다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이다. 샤워를 할 기력은 없어 세수만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는 10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내가 정말 피곤해 보였는지 아침 먹으라고 깨우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깊이 자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 흔들거나 불렀으면 도중에 깼을 테니까. 세수를 한 뒤 잠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전 함박산 아랫 자락에서 뜯어간 미나리가 미나리꽝에서 씩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