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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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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에 취하다 작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거기에는 이런 계기가 있다. 수 해전, 아직 대학을 졸업하기 전의 일이다. 방학을 맞이 하여 집으로 올라오기 위해 늦은 시각 대구 역 플랫 폼을 거닐고 있던 때였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벤치로 다가갔는데 조금 떨어 진 곳에 진홍빛의 탐스러운 꽃 한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꽃이 보이지 않는 다는 듯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바쁘게 걷고 있었는데 왜 인지 나는 자리에 멈춰서서 손을 뻗고 있었다 붉은 빛과 초록색이 선명한 대비를 보이던 그 꽃은 달콤하면서도 짙고 강한 향기가 났다. 조심스럽게 꽃을 집어들고 기차를 올라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 꽃의 이름이 작약이라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몇년 후였다. 어느해, 엄마는 이웃에게서 화초..
작약 그것은 옅은 연분홍색의 꽃이었다. 섬세한 잎맥을 따라 우아한 빛깔이 번지듯 물들어 있다. 잎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빛은 흐려지며 점차 흰 색에 가까워진다. 꽃잎은 총 열장. 조금 큰 다섯 개의 꽃잎과 교차하여 다시 다섯 개의 작은 꽃잎이 올라앉아 있다. 그 중심에서 샛노란 황금빛 수술들이 제 모습을 뽐낸다. 연녹색 암술은 그 가운데서 살그머니 웅크리고 있다. 물결치듯 자유롭게 끝이 갈라진 꽃잎은 여린 깃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손끝으로 쓸어보자 약간 서늘하면서 매끄러운 촉감이 전해져온다. 작약을 닮은 미인이란 분명 이처럼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이를 말하는 것일게다. 달콤하고 짙으며 깊이 있는 향이 피어오른다. 우아하고 고혹적이다. 마치 와인처럼 어딘지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향기다. 기분이 들뜬다. 꽃이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