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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사진을 뒤적이다



사진을 뒤적이다 널 발견 했어.
평소보다 더 날씬하고
더 도도해 보이는 얼굴로
넌 이쪽을 돌아 보고 있었지.

그날 나는 조금 아파서
네 밥 그릇에 사료를 부어주고
목덜미를 조금 쓰다듬어 준 다음
찬 바람을 피해 도망치다 시피 다시 방으로 들어왔지.

그래, 사실 그때 알고 있었을 지도 몰라.
그게 널 볼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란걸.
다시 밖에 나갔을 땐 이미 넌 보이지 않았지.

목이 아파 부르지 못한다는건 핑계에 불과해.
그걸 핑계로 널 포기 한거야.
난 지쳤고 무력했어.
물론 무력하긴 지금도 마찬가지야.

오늘 네 이름을 불러 봤어.
어두운 현관 앞에 서서 망설이듯 가라 앉은 목소리로.

그저 날이 춥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네가 어딘가를 거닐고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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