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콩 핸드픽

오늘은 엄마의 지인들이 모여 메주를 쑤는 날이다.
우리집은 몇년째 장을 집에서 담구고 있는데
(물론 지금까지는 대부분 다 엄마가 만들었다)
때문에 잘되는 집은 장맛부터 다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같은 가지 나물을 무쳐도 간장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은 맛이 난다.
그래서 엄마는 매번 장을 담구는데 신경을 많이 쓰신다

올해는 아는 지인으로 부터 메주를 만들 콩을 구매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게 영 상태가 좋지 않다.
올해 날씨 탓인지 쭉정이도 많은데다가
약을 거의 안준 유기농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콩이었기 때문에
(그집은 유기농으로 재배 하려던게 아니라 단순 바빴기 때문이지만)
꼬물거리는 갈색의 통통한 벌레님들 께서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아마 한번 바람에 켜지도 않은듯 했다)

급한 마음에 일단 어제 저녁무렵,
엄마와 나는 물의 힘을 빌어 거의 반 정도는 이물질을 제거 했다.
남은 반은 물에 담궈두면 뜨기를 기대하고 솥단지 가득 물을 부어두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엄마는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남은 쭉정이 콩이랑 상한 콩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ㄱ-;;
그 말인즉,
남은 불량콩들을 일일이 손으로 집어 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비상! 비상!
마음속에 빨간 불이 들어온 엄마는 콩을 팔았던 지인에게 소집 요청을 했고
이른 아침부터 엄마와 나, 그리고 아줌마는 차가운 물에 불은 콩의 핸드픽에 돌입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커피 생두를 가끔 골라본 나에게
물에 불은 커다란 콩을 고르는 것은 좀더 간단하게 느껴졌다.
단지 그 서늘함 때문에 몸이 덜덜 떨렸다는게 좀 문제지.

골라낸 상한콩들.
다행히 생각보다 상한 녀석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물론 지금 이 사진은 콩골라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찍은거라 실제 불량품은 이것보단 다섯배는 많다)

가끔가다 눈에 띄는 수장된 벌래님들과
거의 흐물흐물한 느낌이 들정도의 상한 콩을 다 골라냈을 때는
손끝은 찬물 때문에 얼얼할 정도였다.
하지만 제법 깔끔하게 골라진 콩들을 보니 뿌듯했다^^

잘 싰은 콩들은 불려놓기 위에 부어두었던 물에 그대로 5~6시간 정도 삶았다.
오늘 삶은 콩들은 사실 9할 정도는 우리 집에서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엄마 지인들을 위한 것들이다(물론 콩 값은 그분들이 지불했다) 
오늘 한 것으로는 아무래도 모자라서 며칠후 다른 분을 통해 콩을 더 사기로 했다.
솔찍히 콩 삶는건 별일이 아닌데 썩은콩 골라내는건 상당히 성가신 일이다.
제발, 그쪽에서 오는 콩은 깔끔한 상태이기를 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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