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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形님에게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요. 

아몬드 모양의 눈동자와 

같은 색의 머리카락. 

부드러운 갈색의 느낌. 

흘러내리던 빛마저 따스하던.


나를 어떻게 믿고 나왔느냐는 말에 

저는 이렇게 답했었죠.


[그냥 저랑 비슷한 느낌이어서요]


그리고 저도 같은 질문을 했고 

당신도 같은 대답을 돌려주었을 겁니다.


당신의 권유를 받아들여 그 카페에 가지 않았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거에요. 

있어야 할 곳이 없다면 스스로 만들고,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러모아 다독이는 것은 

아마 당신에게 배운 것일 겁니다.


얼마 전, 

짧은 만남을 가졌지요.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

래도 저는 모든 말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습니다. 

저는 물과 같습니다. 

형체가 없어 끊임 없이 변하지만 

결코 그 본질은 바뀌지 않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죠. 

당신은 연기 같은 분이니 

제가 하고싶은 말을 이해 하실겁니다.


어린시절, 

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조용히 삼켜야 했죠. 

그 이유는 역시 무서웠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그건 내가 입을 상처 때문이 아니라 

그 사실이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다른 이들이 아파하리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침묵하는 사이 

저는 듣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답다 느끼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기분이 내키면 노래를 부르고 

여유가 생기면 글을 써요.

그래서 내가 한 모든 행동들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니 후회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 모든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도 

당신은 나를 어리석다 내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내 사람]이라는 그 말은 그런 의미니까요.


어느덧 10월이 다가오고 있네요. 

저는 또 말을 아끼겠지만, 

어서 뵈었으면 해요. 

애정하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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