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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첫날


사실, 들어가면 까칠한 매니저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 하고 있었는데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리만 들리고
사장이라든가, 매니저는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내가 조금 일찍와서인지(10분정도 일찍 도착했다)
주방 파트가 아닌 홀을 담당하는 아르바이트생은 도착하기 전이었다.
조금 어색하게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는데
주방에서 일하던 한명이 샌드위치를 먹겠냐고 물어봤다.
사실.. 먹고는 싶었지만... 
아침으로 먹고온게 빵이었기 때문에 나는 거절 할 수 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그러나 그녀는 다시 한번권했다.

"실수로 하나 더 만들어서 그래요, 괜찮으니까 먹어요."

하지만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던 나는 다시 거절 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사실 아침에 샌드위치를 먹고와서..."

그런데 돌아서는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나, 뭔가 잘못 한건가...;;

멍하니 있는 동안, 홀 담당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왔다.
싹싹하고 친절한 아이여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일을 하나 하나 배웠는데
우선 알림 사항을 적은 일지를 읽고, 대답할게 있으면 적어두고
위층에 올라가 컴퓨터 전원을 키고,
플러그를 꼽고,
매장의 불들을 켜고,
홀 바닥을 닦고,
유리창과 쇼케이스를 닦고,
화장실 정검을 하고,
빵을 진열 하고...

중간에는 잠시 숨을 돌리면서 나는 아메리카노를,
그애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려 먹었다.
시럽이랑 설탕을 넣어 먹지 않는 다니까
그애는 나를 무척이나 신기하게 처다보았다.

중간에는 수세미와 잔돈이 필요해서 밖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아침부터 농협에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대기 인원 18명...
그래서 순번표를 끊고는 수세미를 사러 다녀왔다.
다녀 와서도 열댓명 남아 있는 사람들.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다 보니
영수증을 안끊어온게 머릿속에 스쳐지나갔고
나는 당황해서 다시 그릇 가게 까지 뛰어 갔다 왔다...;
영수증을 써주는 아저씨의 표정도 어쩐지 멍해 보였다.

잔돈을 거스르고 오니 선물을 포장하려는 손님이 있었다.
그런데 포장지가 작은 것 밖에 없어서 그다지 예쁘게 싸지 못했다.
그 다음, 이 손님은 마카롱도 4개 정도 사더니
상자에 담아 달라고 한다.
그런데 크키가 맞는 상자가 없고....
한참 끙끙거리다 억지로 조각케익 상자에 담아서 보냈다.

"우리 참 없어보였겠어요."
"응 그러게."



빵을 꺼내서 진열 하다가 소라빵 하나가 찌그러져서 퇴근할때 들고 나왔다.
속에는 달콤한 초콜릿맛 슈크림이 들어있었다.
지나치게 느끼하지 않고 세련된 맛이다.

...알바생이 아니라 단골이 되어 버리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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