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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사생문

화장품 - 달리 심므



  어떤 화장품을 선택할지 한참을 고민하다 화장품 가게에서 향수도 판다는 것에 착안, 제멋대로 향수로 결정지었다.


  서랍을 뒤적거리다 상당히 오래된 향수 하나를 선택 했다. 나의 첫 향수. 그 녀 이름은 달리 심므.


  살리바르도 달리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이 향수는 기묘한 병에 담겨있다. 코와 입술 모양의 이 병은 묘한 느낌을 풍긴다. 피부를 연상시키는 살몬 핑크빛의 액체가 아랫입술 끝자락에서 찰랑거린다.


  연분홍빛 뚜껑을 살짝 열자 달짝지근한 향이 난다.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농도가 짙은 복숭아며 백합의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우아한 여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 향수를 보면 언제나 떠오르는 씁쓸한 기억이 한 가지 있다. 조금 우아하지만 새침하고 허언을 잘하는 여자아이. 마치 큰 비밀이라도 말하듯 가장 좋아하는 향수라고 말하던 것이 바로 이 것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그 빛에 나는 금방 매혹되었다.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소소한 다툼 뒤로는 그녀를 볼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 우연하나 기회로 알게 된 이 향수는 지금까지도 내 최고의 향수로 남아 있고, 그 껄끄러운 기억에도 불구하고 서랍 안쪽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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