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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지난 수요일,
이주 반의 입원 끝에
드디어 메디웰 병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건조한 공기와 불쾌한 기억들은 상당히 오랫 동안 뇌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있어도 근육의 욱신 거림은 사라지지 않아
한의 원으로 통원 치료를 하기로 한것.
마침, 소개 받은 곳이 있기에,
병원에서 나오자 마자 곧장 한의원으로 향했다.

 그 한의원을 소개를 해준 분은
이곳에서 몇시간 거리 떨어진 한의원의 부원장님으로,
전혀 아프지 않게 침을 놓아주던 분이기 때문에
소개 받은 곳 역시 같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병실에 들어가 허리에 핫팩을 하고 있는데
옆 침대에서
"악!"
"아앆!"
하는 처절한 앓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점점 불안해 지는 가운데,
침을 들고 원장님이 병실로 들어왔다.
그 뒤를 따르는 간호사의 손에는 침이 들려있었다.

아마, 침 하면 다들 이런 것을 머릿 속에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
간호사의 손에 들려 있던 침은
...

바로 이것이었다ㅠㅠ


한의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봤다면
철로 만든 이쑤시게나 송곳이라고 생각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침이란다.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에 나는 굳어버렸고,
간호사는 내 등을 알콜 솜으로 박박 문질렀다.
원장님은 그 뒤에서 수술용 고무 장갑을 끼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침을 봤을 때보다, 그 장갑을 끼는 순간이 더 섬뜩했다)

...최소한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고 싶었던 나는
경직된 미소를 띠며 질문을 던졌다.

"저기, 그, 그침 얼마 정도 깊이 찌르는 건가요?"

"이정도에서 이정도 입니다."

원장님이 침 끝을 가리키며 설명한 길이는
3~10mm 정도.
압정보다 깊이는 안박는 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하지만 나는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저, 저기, 여기선 다른 침은 사용 하지 않나요?"

"뭐 그렇기는 하지만, 이게 더 좋기도 하고..."

그리고 원장님은 아픈 곳을 찾느 듯
허리를 꾹꾹 누르다 침을 푹 찔러버렸다.
살과 가죽이 관통되는 뚝, 뚜둑 하는 감각각과 함께
날카로운 통증이 ...;ㅂ;

아파서 오만상을 다 찌푸리고 있는 사이
푹, 푹, 푹, 푹, 푹
원장님은 다섯 번을 더 찔렀고,
상황은 종료 되었다.

간호사가 소독을 하면서 48시간 동안은 물에 닿으면 안되요~
라며 상냥하게 설명해줬다.
원장님은 여기저기 몸이 많이 안좋으니
여러번 더 이침을 맞아야 할것이라고 자못 친절하게 말했다.


하지만 난, 페인 슬럿이 아니란 말이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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