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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나, 그리고 한두 마리



그늘진 서쪽 벽
모퉁이에 있던
갈색의 자루 속에는
뻣뻣하게 굳은 죽음이 숨겨져 있었다.
아침,
상아빛 털을 붉게 물들이고
힘겹게 서있던 너를
나는 외면 해버렸다.
울고 있는 동생을 달래는 동안
핏덩이에서 한마리가 눈을 떴고
그것이 죄의 대라가 믿었다.

아픔을 피해 웅크리고 있는 사이
그것은 어둠 속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고
깊이 잠들어 시선조차 마주 할 수 없었다.
그저 네가 거기 있음만을 알 뿐이다.

언젠가 여름
용서하고자 마음 먹었던 그가 죄를 범했을 때
비로서 다시 한마리가 눈을 떴다.
돌보지 않아 내팽겨쳐진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쑥쑥 자라
무엇인지도 몇마리인지도 알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 미래가 없던 아이를 바라볼때
니가 말을 걸어 왔다.
이것은 너의 몫이야.
피하지마.
그래서 나는 너를 그리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나, 그리고 한두 마리.
이름 없던 짐승은
그제야 비로서 이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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