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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사건



아침 7시 54분.
카페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현관 문을 손으로 밀어보고 나서야
가게안에 불이 꺼져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물론, 정문은 잠겨져 있었다.

혹시 정문 여는 것을 잊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뒤쪽에 있는 직원용 출입구로 가봤다.
그러나 그 문 역시 잠겨진 채다.

이 카페는 베이커리 카페이기 때문에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매장 관리하는 사람들 보다
거의 한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일을 시작한다.
빵을 발효 시키거나 정형하고 굽는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헌데, 주방은 인기척 없이 차가운 어둠속에 잠겨 있을뿐.

순간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스쳐지나간다.
'오늘 공휴일인가' (하지만 크리스마스도 장사한다)
'아니면 정기 휴일?!'(그런거 있단 소리 없었음. 그리고 스케쥴표에 open 조라고 써있었잖아!)
'혹시 몰래카매라?!?!?'(..일턱이 있냐!!!)

이생각 저생각을 하다가
매니저와 내가 유일하게 전화번호를 아는 직원에게 연락을 했지만
둘다 전화를 받을 생각을 안한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20분이 지나
시간은 8시 10분이 되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속에 스쳤지만
나는 20분을 기다렸어도 출근 시간에서는
겨우 10분이 지났을 뿐이다.
문을 열기로 한사람이 조금 늦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다시 10분이 더 흘렀다.
여전히 아무도 안온다.

"......"

추워서 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조금이나마 추위를 피하려고 이리저리 신경질적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발끝에 뭔가 이상한게 채인다.
안경 렌즈 한쌍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구겨진 안경테도 보였다.

"......"

순간 내 머릿속에서 안경을 쓴 멜리사 직원들의 난투장면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너무 바보 같은 생각이라 무시했다.

편의 점에라도 가볼까 라고 생각 하는데,
저기 멀리서 조금 눈에 익은사람이 걸어 오는 것이 보였다.
주방에서 일하는 여직원(26세)였다.
혹시 이사람이 열쇠를 가지고 있는건가 하고 기대를 했는데
왠걸...;;
이분은 오늘 쉬는 날인데 빨래할 옷가지를 가지러 온것에 불과하단다.

"가끔 이럴때가 있죠, 호호호."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옷가지는 포기하고 그냥 사라졌다.

편의 점에 갔다가,
17차 한병 사서 들고 왔다갔다 하다가,
농협에 들어가서 잠시 추위를 녹이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사이
시간은 8시 4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무도 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매니저한테 한번만 더전화를 해보고 집에 가기로 결심했다.

30초정도 벨소리가 울렸을까,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정황을 설명하자 메니저는 다른말은 안하고

"일단 기다리세요."

라며 전화를 끊었다.
결국 나는 더기다려야하는 상황.
신경질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골목에서 눈에 익은 얼굴이 걸어나온다.
주방에서일하는 여자아이였다.

"아... 계속 기다린거에요? 일단 숙소로 가요."

당연히 거절할 이유 따윈 없다.
일단 춥지만 않으면 OK이인 상황.
그녀의 뒤를 따라 멜리사의 바로 뒷 건물로 들어섰따.
ㅠㅠ아 정말, 직원 숙소가 거기인지 알았으면
추위에 떨면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는데!!

방 안에 들어서자 주방에서 일하는 다른 여직원분이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주곤 커피를 한잔 권했다.
인스턴트 커피였지만 정말 맛있는 커피였다.

20분정도 앉아 있었을까.
매니저가 도착해서 가게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그리고, 나는 왜 내가 한시간 10분동안 그 추운 길바닥에 서있어야 했는지 알수있었다.

가게 보안키를 가지고 있는 직원이 새벽 두시에
열쇠를 빼앗기고 짐들과 함깨
남자 숙소에서 쫓겨 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벽 두시부터 피시방에서 잠도 못자고 있어다는 것.
어찌나 서슬이 퍼렇게 덤비는지
무서운 나머지 그렇게 쫓겨나고야 말았단다.

그저 어이 없을 뿐이었다.
개인적인 은원은 은원이고 그 새벽에 사람을 내쫓다니.
따지고 보면 직원숙소가 그의 집이아닌데
무슨 권리로 다른 직원을 내보낸단 말인가.
그리고 다른건 다 재쳐두더라도 일단 다음날 매장 문은 열어야 하는것 아니냐고.
내가 사장이면 그런 직원은 당장 댕강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 목을 보전 할듯 하지만
그 뒤에는 일자리 구하는 사람들이 많을것이라니까
머지 않아 새로운 얼굴이 주방에 들어올 것 같다.

내일은 제발 아무 일도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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