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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마지막 수업시간







어린 시절 TV를 틀면 제일 보고 싶지 않은 것이 뉴스였다.
얼굴에 기름이 번들거리는 살찐 사람들이
오만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
(때때로, 아니 거의 대부분 그들은 몸싸움에 가까운 워킹을 보여주곤 했다)
그게 나에게 있어 뉴스라는 프로그램의 이미지였다.
당시 나는 그런 불쾌하게 생긴 사람들이
tv에 자꾸 나오는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시절만 해도 나에게 있어서
경찰은 우리를 지키는 우리의 편이었고
세상의 모든 문제는
대화로써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뿌리채 흔들린 경험을 한게 되었다.


시위.


MBC 옥상을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에게 점거당해
유치원에서 갔던 견학 일정이 완전히 흐트러졌던 일이 있었다.


매캐한 냄새.
길 위를 흩날리는 푸른 연기들.
선생님들은 화염병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하며
우리들을 차에 태우고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 왔다.


이제 여섯살난 나의 눈에 그 모든 것은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멀게 느껴졌다.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
왜 경찰들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저렇게 무서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저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도
내가 그날 느꼈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혹스러움.
그리고 현실과 믿고 있던 개념과의 괴리감.



더이상 볼 필요 없는 이런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봐야 하게끔 만든
모든 어른들은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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