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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미끄러졌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넬.
지난 여름에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면
거의 두배 정도로 부풀어 오른 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
나는 녀석을 다이어트 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그 시작은 우선 사료 배급량의 조절부터!

하루에 한번 가득 부어주던 사료를
하루에 두번으로 바꾸고 양을 좀 줄였다.
미어터질 때까지 먹는 습관부터 고치자는 생각이다.

저녁무렵 발리우드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창밖에서 녀석이 야옹거리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져녁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린 나는
현관으로 나가서 사료 봉투를 들여다봤다.
그런데 평소에 넣어두던 사료를 퍼주던 그릇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복길이에게 사료를 퍼주고 개집옆에 두었던 것이 떠올랐다.
과연, 현관 문을 열자 반짝거리는 금속제질 그릇이 보였다.
굴러다니던 아빠의 커다란 구두를 대충 꿰어 싢고
나는 당당하게 현관문을 나섰다.
 
하지만 나는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문제가 있었다.
오늘 낮에는 보슬비가 한참동안 내렸다는 것.
그리고 지금은 빙점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이라는 것.

[미끄덩]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내 두발은 대지와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오른쪽 발에 신겨 있었던 신발은 발에서부터 멀어져 자유 낙하를 진행 중이었고
잠시 후 내 엉덩이는 나무 계단과 격열한 입맞춤에 돌입했다.

[쿠당]

왜 부딪친건 엉덩인데 눈앞에서 별이 반짝 거리는걸까.
하지만 그런 소박한 의문을 품는것 보다 더 급한 문제가 있었다.
현관에서 나올때 문을 시원하게 열어두었던 것이다.
씨근덕거리며 일어나 멀리 날아간 신발을 주워신고
사료그릇을 주워든 뒤 현관을 돌아보자
과연 넬이 녀석이 마루에 올라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흙투성이 발로 어딜!!

하지만 녀석을 문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것은 매우쉬운일이다.

"네,네-엘-."

엉덩이가 아파서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았지만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대답하며 나를 향해 다가 왔다.

"냐,옹!(이녀석은 꼭 냐와 옹 사이를 띄어서 울음 소리를 낸다)"

내가 저녁을 주려는 것을 눈치챈 녀석은 앵앵거리며 나를 재촉했다.
이 녀석아, 누님 엉덩이 아프시다!
나는 속으로 투덜 거리며 사료를 퍼서 녀석의 그릇에 부어주었다.
물론, 이번에는 얼어버린 나무에서 미끄러 지지 않게 주의했다!




오늘의 교훈.

1. 어두울 땐 발 밑을 잘 살피자.
2. 겨울에는 빙판 조심!


엉덩이 멍드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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