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은해구아래/감성사전

만우절, 프로레슬러, 권총, 바가지, 크래커




만우절 - 팹시맨.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만우절, 별 시시껄렁한 장난들이 오가고 그것이 교사들에 의하여 평정되어 고요히 수업이 진행 되던 순간, 교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얼굴에 밴드스타킹을 뒤집어쓰고 코카콜라를 든 남자 한명이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외친 한마디.
“팹시맨!”
그는 문을 닫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굿바이.


프로레슬러 - 사랑해주기에는 부담스러운 이세계의 산물.
언젠가 본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프로레슬링은 관객들의 흥분을 유도하기 위하여 각본을 짜거나 면도날로 일부러 상처를 입혀 피가 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상다반사란다. 난 그래서 차라리 누군가 나와 싸우는 것을 봐야 한다면 이종 격투기를 택하기로 했다. 물론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권총 - 양의 탈을 쓴 늑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권총에 대하여 로맨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동경심을 품고 있다. 액션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권총 한 자루만 있으면 무적이 되어 악당들을 해치우고 최고의 미녀를 손에 넣곤 하기 때문이다. 허나 현실세계에서 그건 피와 살과 뼈를 터트리고 갈아 으깨고 뭉개버리는 살인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가지 - 애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 아가야, 바가지 부셔오너라. 이 한마디는 우리 엄마를 상당히 곤욕스러운 상태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크래커 - 너의 변신은 무죄. 지금 슈퍼에 가서 좋아하는 과일이나 야채, 참치, 조금 더 투자해 고기를 구매 한 뒤 적당한 크기로 잘라 크래커위에 얹어보자. 그럼 순식간에 디저트나 술안주에 어울리는 카나페가 만들어진다. 그게 귀찮으면 그냥 잼만 발라도 된다. 담백한 크래커는 하다못해 김치랑 먹어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