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강한 질감 (1) 썸네일형 리스트형 5 상념에 젖어있는 동안 바닥을 내려다보던 소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하얀 꽃잎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깊은 호수를 닮은 촉촉한 눈동자가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던 소녀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아니, 사실 그렇게 느린 속도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묘하게 그 모습에서는 일종의 엄숙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삼켜졌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운율은 어떠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암(暗). 그순간 만물은 색을 덧칠해 진 듯, 짙고, 선명하고, 그러면서도 어두운 빛으로 감싸였다. 조금 전까지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맑은 빛이었던 풍경들은, 그 순간만큼은 유화의 그것처럼 무겁고 강한 질감을 띠고 있었다. 세상이 넓고 거대한 검은 천에 뒤덮인 것 같았다. 그리고, 모..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