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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작약에 취하다





작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거기에는 이런 계기가 있다.
수 해전, 아직 대학을 졸업하기 전의 일이다.
방학을 맞이 하여 집으로 올라오기 위해
늦은 시각 대구 역 플랫 폼을 거닐고 있던 때였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벤치로 다가갔는데
조금 떨어 진 곳에 진홍빛의 탐스러운 꽃 한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꽃이 보이지 않는 다는 듯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바쁘게 걷고 있었는데
왜 인지 나는 자리에 멈춰서서 손을 뻗고 있었다
붉은 빛과 초록색이 선명한 대비를 보이던 그 꽃은
달콤하면서도 짙고 강한 향기가 났다.
조심스럽게 꽃을 집어들고 기차를 올라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 꽃의 이름이 작약이라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몇년 후였다.



어느해, 엄마는 이웃에게서 화초를 얻어와
뒷 마당 볕이 잘 드는 곳에 심었는데,
늦 봄에 피어난 탐스럽고 우아한 꽃은
그날 밤 우연히 만났던 바로 그 꽃이었다.





몇 주 전,
뒷마당에 심긴 작약이 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얼마 후면 꽃을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블로그에 올릴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이래저래 일이 생겨 
글을 쓰지 못한채 시간은 자꾸만 흘렀고
어느덧 그 작고 단단한 봉우리가 활짝 피어나 있었다.





꽃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만,
지는 것은 순간에 불과하다.
그래서 활짝핀 작약을 보았을 때
기쁜 동시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 가지가 꺽인 꽃이 한송이가 있기에 
어제 오후에 잘라서 거실 한쪽 구석에 올려 두었다.
상당히 송이가 작은녀석이었지만
달콤하고 고혹적인 향이 가득하다.


비가 올줄 알았으면 몇송이 더 꺽어 두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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