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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사생문

가스렌지의 불꽃왕관



불(火). 라이타불, 성냥불, 촛불 등.. 단, 불조심 유의하세요^^ 물론 맛은 안 보셔도 됩니다.. ;;







 찻물을 올리기 위해 가스렌지로 다가가다 아직 나는 사생문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서 가스렌지 불꽃을 관찰하기로 했다.

 주전자에 물을 적당히 받고 렌지에 올린 뒤 번업! 탁, 탁탁탁탁 하는 소리가 나면서 붉은빛이 확 튀어 오른다. 완전연소가 되지 않아 희미한 가스 냄새가 퍼졌지만, 곧 사라지고 불꽃의 색도 푸른 빛으로 변했다. 주전자나 주전자를 지지하고 있는 네개의 철판을 날름날름 핥을 때만 간간이 다시 붉은색이 비칠 뿐이다. 일상적으로 따뜻한 불꽃이란 단어에 노란 색이나 붉은 색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 파랑색 불꽃이 더 높은 온도로 타오르고 있다. 거의 밖의 온도와 차이가 없는 부엌에 조금이나마 온기가 돈다.

 푸른 불꽃은 마치 타오르는 지옥의 왕관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가스가 흘러나오는 구멍의 모양이 둥글기 때문이다. 구멍은 이중의 원을 그리고 있어서 이 지옥의 왕관도 이중왕관이다.

 밖에서 피운 모닥불이나 숯불이었다면 조금 타닥거리는 소리가 날수도 있겠지만, 이건 가스를 완전연소시키기 때문에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주 조용하다.

 대신 주전자가 요동을 친다. 칙치칙 부글부글. 물이 끓는다. 이제 차를 마실 시간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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