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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사생문

다이어리


 예전에 종이에 관한 사생문이 나와서 다이어리 표지를 묘사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 그 다이어리는 이년전에 구입했던 것이고 상당히 꼼곰하게 적고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다이어리는 작년 6월에 구입한 것으로, 6~8월 중순 까지는 상당히 열심히 적었지만 그 뒤로는 듬성듬성 하얀 백지가 더 눈에 많이 들어온다.

 
 이 다이어리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쉼표하나 라는 글이 적혀 있다.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편안해 보이는 엷은 녹색과 편안해 보이는 안락의자 위에 높인 작은 집, 그리고 쉼표 하나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 집어들었던 것 같다. 다이어리의 재질은 최근 나오는 대부분의 만년 다이어리가 그렇듯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

 

 첫장을 넘기자 '기억보조장치'라는 여섯 글자가 보인다. 이건 건망증이 심한 내가 적어둔 문구로, 카페에서 내려온 중요한 지시나 레시피 등을 적겠다는 겸심에 대한 상징이랄까나.

조금 더 넘기자 2009년 달력과 쉬는날 8일이라는 악몽의 2010년 달력이 보인다. 9년 10월에는 20~24일까지 총 5일이 현광분홍색으로 표시가 되어있다. 일본 여행간다고 설래발치던 어느날엔가 해둔 표시일 것이다. 그 다음장에는 자그마치 가자! 오사카! 라는 글까지 쓰여있다.

 

 페이지를 조금 빨리 넘겨본다. 속 안에는 도저히 알아보는게 불가능해보이는 악필들이 흩뿌려져 있다. 그리고 글씨보다는 조금 자신 있는 그림들도 비슽한 비율로 보인다. 그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쉬는날 뭘 했다든가, 친구와 만나서 맛난걸 먹었다든가, 영화랑 책에 대한 이야기 등등.

 

 좀더 넘기자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은 일기 페이지가 넘어가고 줄만 그어진 무지 부분이 나온다. 거기에는 카페에서 했던 회의 내용이라든가 일본 여행에 대한 아이디어, 그리고 카페를 낸다면 어떤 구조로 만들지 그린 평면도가 장식 하고 있다.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는 연재하던 소설의 습장이 쓰여있다. 어서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동생이 옆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눈치를 준다. 산책을 하자는 것이다. 결국 나는 다이어리를 접고 오탈자 검사도 못하고 글을 올리고 나간다.

 

 오자 있어도 눈감아 주세요ㅠㅠ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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