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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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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일은 언제나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 터지곤 한다. 오늘은 최악이라 부를만한 상태의 아이들이 내 수중에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각 반에서 돌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한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아예 한반이 통채로 돌출 행동을 한다. 그러다보니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선생님, 피나요." 당혹감 어린, 그러나 조급하지 않은 목소리에 나는 '아, 또 코피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이녀석은 코피가 뒤통수에서 흐르고 있는게 아닌가! (그래, 정확히 말해 이것이 코피가 아님을 나는 인정할수 밖에 없었다) 녀석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한줄기 붉은 실선이 흘러내려 목덜미를 타고 옷깃을 적시며 둥근 얼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누가 그랬어?" 내가 묻자 아이들..
코피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붉은색의 점액질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입술과 앞섶에도 점점이 검붉은 얼룩이 새겨져있다. 아이는 당황한 나머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손으로 어설프게 코를 가리고 있었다. 허나 그것으로 피가 멎을지 만무하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손가락 사이로 붉은 빛이 세어 나오기 시작한다. 한숨이 나왔다. 나는 꼬마의 한쪽 손을 잡아채곤 말했다. “자, 일단 화장실부터 가자.” 녀석을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이곤 내 뒤를 따라 말없이 걸었다.
거리감 가끔, 마음을 흔드는 것이 있다. 이유 같은건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입가에는 미소가 걸리고 표정은 온화해지며 가슴이 뛴다. 시선으로 형태를 쫓는다. 점 선 색 부피 형태 진동 흔들림. 그 것들은 나를 충족 시킨다. 하지만 때때로 그들은, 그것들을 향해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며 동의를 구해온다. 손을 뻗어도 앞으로 나아가도 좁혀지지 않는 간격. 그저 우리는 평행선을 따라 좌, 우로 이동할 뿐. 나와 그들은 딱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있다. 그건 매우 힘든 일이다.
아르바이트 이번주 월요일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명 가을 소풍 도우미. 장소는 진위에 있는 학농원. 한번은 길드 카페에 소풍 도우미를 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시호가 달아놓은 덧글이 명언이다. [또 애들 뒤치닥거리냐?] 일이 힘든것 보다는(사실 나는 애들 보는것은 전혀 힘든지 모르겠다) 고용주들의 안일한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 이런 시골 구석으로 사람을 부르려면 그전에 차편을 다 마련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아이들이 소풍을 끝내고 돌아가면 대략 2~3시 정도. 이때부터 뒷정리를 한다. 하루에 3~5학교가 오는데, 학교마다 도착하는 시간이 달라 당담하는 조마다 끝나는 시간도 다르다. 그래서 다른 조보다 조금 일찍 끝날때는 한가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기 저기 문자를 날리곤한다. 그러다보니 이번 한주에 쓴 ..
안녕 안녕? 그날, 너를 처음 본 바로 그 날 난 널 사랑하겠다고 결심했단다. 우아하고 유연한 너의 몸놀림은 나에겐 무척 경이롭고 신비로울 뿐이었지. 부서지기라도 할것 같아 조심스럽게 케리어에 널 넣고 끌어 않았어. 한시간 사십분. 제법 긴 시간동안 차를 타고 있었지만 넌 연약한 목소리로 마치 삐약거리는 병아리처럼 야옹 하고 한번 울음을 내었을 뿐 느긋하게 내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을 쳤지. 우리의 작은 보금자리에 도착했을 때도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차분한 걸음걸이로 여기저기 둘러보곤 그릇에 담아 두었던 사료를 씹어먹고 물을 할짝거렸지. 안녕. 나는 너를 씻기고 먹이고 빗기고 지키기로 결심 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어. 넌 여전히 내 뒤 따르고 어리광섞인 목소리로 나를 불렀지만 어느 순간부터 난 널 밀어내기 시..
사소하지만 즐거운 구멍을 통해 동굴을 내려다 보니 젊은 마법사가 길을 잃고 해메고 있었다. 엉망으로 야위였을 무렵 구해내서 자신밖에 모르는 장소에 가둬 넣을 것이다. By. Ursula K. Le Guin 위의 그림은 제가 매우 좋아하는 만화가 중 한명인 나리타 미나코씨의 작품인 사이퍼의 한장면. 이 장면을 읽는 동안 여주인공 아니스의 마음에 완전히 동화되어 몇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 구절이 들어있는 동화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그날, 오래간만에 이 만화 사이퍼를 보다가 이 구절이 쓰여져 있는 소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언젠가 가을에 구입했던 어스시의 마법사 2권인 아투안의 무덤에 쓰여있던 한구절이었지요. 정말로 이 구절이 쓰여 있는 책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
초대장을 배포합니다 - 배포 완료 i n v i t a t i o n 티스토리 초대장 + 남은 초대장 수 : 02초댓장을 배포합니다. 작지만 편안한 나만의 공간을 꾸리고 싶은 분 이전에 운영했던 블로그가 있는 분 성실하게 블로그를 꾸려 나가실분에게 초댓장을 드리려고 합니다! 초댓장을 받고 싶으신분은 e메일 주소와 운영중인, 혹은 운영하고 있던 블로그 주소 앞으로 개설할 티스토리 블로그의 주제를 비밀 덧글로 남겨주세요. Yes 이런 분들께 드립니다! 1. 다른 블로그를 사용해보셨던 분 2. 이메일 주소가 정상적인 분 3.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이유를 남겨주신 분! No 이런 분들께 드리지 않아요! 1. 이메일 주소가 의심되는 분! 2. 이메일 주소를 남기지 않으신 분 3. 이유도 없이 달라고 하시는 분! 티스토리 이래서 좋아요! 1. 이미지..
마지막 "있잖아, 내 마지막은 어떨까...?" 조금 떨리는 목소리였다. 천천히, 그러나 오랫 동안 마신 술에 취하기라도 한듯이. "특이 한걸 물어보네. 지금까지 그런걸 물어 본사람은 딱 한명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역시 가슴이 조금 아파왔다. 조금 불안하고 또 걱정됬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한쪽 구석으로 밀어 버리고 조용히 카드를 뽑는다. Strength 이성이 본능을 누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괜찮아. 그는 무너지지 않을거야. 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는 서둘러 seeker에게 그 기쁜 소식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