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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MJ



오래간만에 MJ를 만났다.
거의 2년 만인가...

그동안 서로 바쁜 핑계 대느라
연락 조차 거의 하지 못했는데
얼마전에 네이트온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년 까지는 메신져를 거의 쓰지 않아서
네이트온에 친구로 등록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애가 로그인 했을때 조금 놀랍기도 했고 동시에 반갑기도 했다.
뭐하고 사냐고 묻자 인도에 있다고 해서 난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고 한달쯤 뒤에 다시 네이트 온에서 MJ를 만났는데,
이녀석 귀국했다고, 지금 경주라고 하더라.
언제 한번 보자고 내가 말하니까
얼마 안있으면 서울에 올라간다고 해서
11월 12일 수요일에 만나기로 급히 약속을 잡았다.

이대역 2번 출구 오전 열한시.
약속시간 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그애는
내 기억에 있던 얼굴보다 좀더 신경질 적이고
날카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기에
난 선뜻 반가운 얼굴을 하기 힘들었다.
귀엽고 수줍게 보이는 웃음이 떠나지 않던 아이였는데
마치 화가 난듯 눈매가 긴장되어 있었다.

먼저 식사를 하기로 하고 돈까스 전문점에 들어가서
하레까스 하나와 판모밀 하나를 시켜 나눠 먹으며
그동안 어떻게 지내 왔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도에서 지낸 3개월이란 시간과
한달간의 경주 생활이 그애는 많이 힘들었나보다.
오랜시간동안 혼자 살아왔던 아이인데
다시 부모님 슬하로 들어가 함깨 생활하자니
충돌하는 것도 많고 자유롭지도 못한 생활이 많았단다.

인도에서의 3개월보다 더 힘들었다고 고백한 것은
엄마와 있었던 경주에서의 한달.

독립해 살던 것이 4년이 넘은 아이인데도
부모에게 있어서는 그저 고등학생 시절 철없는 아이로만 기억에 남아
행동에 제약을 받고, 명령형의 말을 듣고..
비슽한 경험이 있는 나는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 거려 수긍해 주며 계속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스트레스때문에 저혈압 까지 왔다고 말하던 그애의 얼굴은
오늘 아침 처음 만났을 때 보다 한결 후련해 보였다.

수다를 떨다 가게를 나와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영화를 보려고 메가 박스로 갔는데 볼만한 것이 없어
골목의 작은 가게들 돌아 다니기로 했다. 

이것 저것 예쁜 신발들을 구경하고
(그러다 결국 나는 푸른색 구두 한켤레를 사고야 말았다)
작은 카페에서 따끈 따끈한 플레인 와플도 사먹고
MJ는 향수 시향을 한다고 들렀던 화장품 가게서 
파우더와 클렌징 오일을 사서 나왔다.
(정작 하려던 시향은 향수가 없어서 못했다)

나는 강남 쪽에 다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4시 반 무렵 해어지기로 했다.
마침 지하철이 같은 방향이어서
함깨 2호선 열차에 올랐는데 해어지는 것이 아쉬웠던지
다음에는 언제 서울에 올라오냐고 묻더라.
그래서 다음주 토요일이라고 말해주자 밝게 웃는다.

MJ는 강남역 보다 조금 전인 서울대역에서 내렸다.
지하철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다음에 볼때는 더 밝게 웃는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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