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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만남으로 귀가 시간이늦어 졌다. 서정리에 도착해 집으로 향하는 동안 해는 지고 휘엉청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물속에 잠긴듯 촉촉한 빛이다. 갑자기 걷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공기가 빠르게 식어가기 시작했으나 바람은 잠잠했다. 주위에 가로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안개 구름 사이로 몽롱히 빛나는 달빛과 간간히 있는 인가의 불빛에 의존해 걸어야 한다. 그러나 어둠은 두렵지 않다.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무엇인가다. 서서히 스며드는 어둠 속에서 아스팔트 길이 달 빛을 받아 하얗게 떠오른다. 몽롱한 밤의 풍경에 취해 걷고 있는데 길 앞에서 익숙한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야옹." 넬이다. "야옹." 하고 답해주자 녀석도 다시 야옹 하고 대답한다. 집에서 오..
발라당 하는 고양이 한달쯤 전에 동생이 찍은 사진. 이녀석도 정말 많이 컸다. 누워서 꾹꾹이를 하고 있는 모습! 등을 비비며 발라당~ 이쪽으로 누웠다, 저쪽으로 누웠다 하고있다. 모처럼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 하지만 사람이 가까이에 다가가면 또 뒹굴 뒹울 어택에 돌입한다. 이녀석은 제가 사람이라도 되는줄 아는지 배를 깔고 길게 누워 있곤 한다.
나를 부르지마 야옹 야옹 야옹 야옹 추운데 나가서 놀아 주고 싶잖아ㅠㅠ ...(결국 밖으로 나간다;;;)
일상 어제 아침, 방안에 있기 답답해서 현관으로 나섰다. 문을 열자 나무 마루위로 쏟아지는 햇빛이 따스해 보여 신문지를 깔고 뒹굴뒹굴 하기로 했다. 바지는 파자마에 상의는 늘어난 검은 티셔츠였지만 볼사람이라곤 동생 한명뿐이기 때문에 신경쓸 필요는 조금도 없다. 게으른 고양이처럼 볕을쪼이며 뒹굴 거리자니 넬이 녀석이 다가와 옆에 길게 눕고는 그르렁 거린다. 마루위에는 까만 바탕에 붉은 점 두개를 가진 무당벌레가 느릿느릿 기어간다. 바닥에서 먹을 것이라도 찾는 것인지 분속 1mm의 속도로 움직인다. 비행기 소리가 울려 하늘을 올려다 보자 미공군 소속의 전투기가 날아 가고 있었다. 파란 바탕의 도화지에 하얀 줄무늬가 선명하게 그어진다. 잠시 후 그 위를 까만 점을 찍어 놓은 듯 높이 날아오른 까마귀가 지나간다. 하..
야옹 야옹 야옹 야옹 내 부름에 답하는 너를 끌어 안고 등을 쓰다듬어 주면 앞발에 발톱을 세워 내 어깨를 꾹꾹 누른다. 웃음을 불러 일으키는 가벼운 통증. 부드러운 목덜미에 귀를 가져다대면. 그르렁 그르렁 부드러운 울림이 뺨을 타고 전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