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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예전에는












"예전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어제 새벽,
잠들기 전에 나눈 이야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마음 밖에 없다고 생각해.
이제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넌 더이상 글에 그것을 담지 않게된게 아닐까.
마음을 보여줬다 상처 입는게 두려워서.






삼청로를 걷다
작은 겔러리에서
토끼를 찾는 소녀를 만났다.
작은 보금자리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라 믿은,
그러나 자기 길을 찾아 떠난 사람들을
하염 없이 기다리기만 하던
그런 여자 아이가 있었다.

반복 되는 일상
반복 되는 고독
단호한 거절의 표시
넌 나와 다르잖아
넌 우리가 아니잖아

그래서 살그머니 문을 걸어 잠그고
하지만 차마 모두 닫아 버리지는 못해
좁은 창문으로 손은 흔들던 소녀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작고 좁은 창가앞에 하얀 토끼 한마리가 찾아 왔다.

"반가워"

인사에 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토끼는 밀어 내지 않았지.
소녀는 매우 기뻤다.
하지만 좁은 창문으론 오갈 수 없기에
둘은 삽을 들고서 굴을 팠다.

긴 시간
많은 노력
얇아져 가는 벽 사이로 느끼는 공감.
따뜻하고 온화한 시간.

그러나

그 얇은 흙 벽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하얀 토끼는 보이지 않았다

토끼야
토끼야
토끼야

애타게 불렀지만 토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

다시 방으로 돌아온 소녀는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섰다.
토끼를 찾기 위해서

토끼야
토끼야
토끼야

....





하얀 토끼와 소녀의 그림들을 본 뒤,
겔러리를 나오려다
카운터에 멈춰서
방명록에 한줄을 더 적어넣었다.






토끼 꼭 찾으시길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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