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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연습 - 받치다, 받히다 : 빌리의 결투신청 그후 빌리는 한 손에 받쳐 들고 있는 작은 반지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이 엄청난 실수로 인한 절망감 역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알프스 산맥 꼭대기에서 굴러떨어진 눈송이 하나가 거대한 눈덩이로 불어나는 것에 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쿵, 쿵.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요란하게 뛰는 심장 소리만이 유일하게 그의 귀에 들어올 뿐이었다. 산드라의 답변이 돌아온 것은 둘 사이에 이어진 정적만큼이나 무거운 시간이 흐른 뒤였다. "좋아, 그 신청 받아들일게." 빌리는 그 말에 마치 거대한 종에 머리를 받힌 듯한 충격을 받았다. 대 앵, 대 앵, 대 앵! 좋아, 그 신청 받아들일게. 좋아, 그 신청 받아들일게. 그 신청 받아들일게. 그 신청. …그런데 산드라는 ..
해넘이 늦은 오후, 나뭇가지 사이로 숨어드는 태양 길위에 붉은 족적을 남기네. 길게 늘인 검은 옷자락 그 흔적을 지우고 누구도 알지 못하리 그녀가 잠드는 곳.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나비 나염 천 자락 바람결에 흩날리며 가려히 휘청이는 어깨 비밀스런 웃음 지으며 취한듯이 나폴대다 향기 너머로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언약 언문諺文이 어리다 한들 게 담긴 마음도 그러할까. 약조가 담긴 연서를 쓰다듬는 손길 애달픔에 떨리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붉은 색 그것은 치명적이며 이성을 마비 시킨다. 둘러 생각하는 여유를 강탈하고 원시적 충동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그것은 상처, 위기의 대명사이다. 때때로 그것이 적절한 양이 사용되었을 경우 적당한 활기를 가져 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즉 이것에 지나치게 물들어 버렸을 경우엔 평상시에는 결코 하지 않을 행동마저 저지르게 만든다. 색에 촉감이 있다면 그것은 묘하게 부드럽고 달라붙는 감촉일 것이다. 끈적거리며 밀도 있는 질감. 그것은 밝은 빛 속에 있을때 보다 그릿한 불빛 아래 그림자에 뒤덮힌채 볼때 더 선명하게 전해져 온다. 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깊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그래서 오랜시간 동안 흔적을 남기는 그런 향일 것이다. 망막에 새겨진 충격 만큼이나 강열한.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
예술, 혼, 생명, 완성, 모작 Madame Lolina 作 'My unicorn', 캔버스에 연필, 색연필 (아트폴리 에서 작가와 대화하고, 이 작품의 원작, 포스터, 벽화벽지, 미술사랑 명함을 구매해 보세요.) - 예술 - 의식의 투영체. 각 개인이 품고 있는 가치, 환상, 이상에 따라 똑같은 한 알의 사과가, 한 송이의 꽃이 돌멩이 하나조차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혹은 재발견된다. - 혼 - 생명력. 단순히 움직인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판단하며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힘. 또는 그러한 것을 통해 전해지는 존재감.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는 이를 죽었다 표현하고 탐욕 때문에 이상을 버린이를 혼을 팔았다 지칭한다. - 생명 - 흐름.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낳으며, 그 죽음조차 다른 생의 토대가 되어 사이클을 이룬다..
첼로 연주가 . 활은 현 위로 깊게 미끄러진다. 그때마다 어깨가 고요하면서도 격정적으로 흔들린다. 분명하지만 거칠지 않은 그 궤적을 따라 첼로의 아름다운 갈색 나뭇결이 반짝였다.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현 위에서 춤을 추면 음이 꿈틀댄다. 때로는 높게, 혹은 낮게. 음의 흐름을 따라 그의 호흡은 가늘고 길게 이어진다. 섬세한 눈가에는 살짝 주름이 잡혀 있다. 슬픔 때문인지, 아니면 곡에 취해버린 탓인지는 알 수 없다. 갑자기 활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동시에 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팔은 더더욱 깊고 무겁게 휘었고 끓어질 듯 말듯 얕은 호흡이 희미하게 이어진다. 더이상 추락하지 못할 때까지 음이 내려가자 마침내 그는 곡에 마침표를 찍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
다이어리 예전에 종이에 관한 사생문이 나와서 다이어리 표지를 묘사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 그 다이어리는 이년전에 구입했던 것이고 상당히 꼼곰하게 적고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다이어리는 작년 6월에 구입한 것으로, 6~8월 중순 까지는 상당히 열심히 적었지만 그 뒤로는 듬성듬성 하얀 백지가 더 눈에 많이 들어온다. 이 다이어리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쉼표하나 라는 글이 적혀 있다.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편안해 보이는 엷은 녹색과 편안해 보이는 안락의자 위에 높인 작은 집, 그리고 쉼표 하나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 집어들었던 것 같다. 다이어리의 재질은 최근 나오는 대부분의 만년 다이어리가 그렇듯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 첫장을 넘기자 '기억보조장치'라는 여섯 글자가 보인다. 이건 건망증이 심한 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