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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작은 문이 있네. 으슥진 수풀 아래 낡고 작은 문이 있네. 낡고 작아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그런 문이 있네. 똑똑, 두번의 노크만 있으면 쉬 열 수 있지만 문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네. 결국, 문 안의 그는 홀로 살다 홀로 죽었다네. 이것은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라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사각사각 타닥타닥의 즉흥시 : 잔, 젓가락, 술자리, 창살 어제 모임을 가지면서 식도락 모임, 혹은 만화수다 떨기 모임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기 위해! (실은 그냥 재미있자고 한거지만) 모임에서 조촐하게 이루어진 즉흥식 놀이. (이사님의 건의였다) 돌아가면서 한가지씩 주제를 제시하고 이름 그대로 즉흥적으로 시를 써봤는데 모두 멋진 시들을 만들어 주셨다^^ 여기에는 내가 적었던 것만을 올려본다. - 잔 - 희고 둥글고 매끄럽게 흐른다. - 젓가락 - 하나와 하나 곤과 건이 삶을 움직인다. - 술자리 - 1. 찰랑이는 술잔따라 세상도 술렁이네. 2. 술잔이 넘칠때 자리에 서면 하늘이 돌고 안과 밖이 뒤섞이리. - 창살 - 갇혀 있다고 믿고 있을지 모르나 사실 그대는 밖에 있는 것이다. 그 너머에 집착하지 말고 뒤를 돌아보라. 또다른 풍경이 기다리고있다. 간만에 문예 ..
오월의 노래 - 자크 프레베르 벗꽃 처럼 순식간에 져버리는 사랑. 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기필코 봄이 오듯 사랑은 다시 너에게로 돌아온다. 죽음, 삶, 사랑. 그것은 모두 다른 모습을 한 같은 것의 이름이다. 오월의 노래 - 자크 프레베르 당나귀 왕 그리고 나 우리 셋은 내일 죽겠지 굶주린 당나귀 권대로운 왕 사랑에 빠진 나 흰 분필 같은 손가락으로 세월의 반석에다 우리의 이름을 새긴다 포플러나무에서 바람이 우리를 부른다 당나귀 왕 인간 검은 넝마 같은 태양 우리 이름은 벌서 지워졌다 목장의 시원한 물 모래시계의 모래 빨간 장미나무의 장미 학생들의 길 당나귀 왕 그리고 나 우리 셋은 내일 죽겠지 오월에 굶주린 당나귀 권태로운 왕 사랑에 빠진 나 삶은 버찌 죽음은 씨앗 사랑은 벗나무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책 읽..
한때 그 거리에는 왕들이 거닐었네 한때 그 거리에는 왕들이 거닐었네. 세상은 풍요로웠으며 냉혹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네. 시간이 흘러 모든 왕들은 꽃처럼 지고 세상은 풍요도 아름다움도 잃어 냉혹함만 남아있네. 과거의 유물. 모래 한줌과 블록 몇개 낡은 천조각을 보며 사람들은 노래하네. 어린시절 모든 사람은 왕이었네. 세상은 풍요로웠으며 냉혹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고양이와 새 - 자크 프레베르 그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고양이가 새를 잡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소녀가 새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도, 고양이가 그것을 예상 하지 못한것도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고 후회스러운 일이지만, 그건 이미 벌어진 일이지. 그리고 그 일을 한건 바로 너야. 그래, 그건 슬픈 이야기야. 하지만 돌이킬 수 없어. 온 마을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상처 입은 새의 노래를 듣네 마을에 한 마리뿐인 고양이 고양이가 새를 반이나 먹어 치워 버렸다네 새는 노래를 그치고 고양이는 가르랑거리지도 콧등을 핥지도 않는다네 마을 사람들은 새에게 훌륭한 장례식을 치르고 고양이도 초대받아 지푸라기 작은 관 뒤를 따라가네 죽은 새가 누워 있는 관을 멘 작은 소녀는 눈물을 그칠 줄 모..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갖고 욕심은 없이 결코 성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으며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국과 나물을 조금 먹고 타산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모든 일을 잘 보고 들어 이해를 하고 그리고 마음에 새기고 들판의 소나무 숲 그늘 작은 초가집에 살아 동쪽에 병든 아이가 있으면 가서 돌봐 주고 서쪽에 고단한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볏짚을 져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두려워 말라고 말해 주고 북쪽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부질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궁한 여름엔 허둥지둥 걸어 모든 사람들한테 바보라고 불리고 칭찬도 듣지 않고 걱정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雨にも負けず -宮沢賢治 雨..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근시안 하루하루 흐려져 가는 세상. 부드러움 속에 담긴 것은 날카로운 모가 선 돌맹이. 돌을 맞아도 늘 웃고 마는 것은 허수아비에겐 눈이 없는 까닭. 그래도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밖에 없기에 우리는 새로운 안경을 맞추는 것이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