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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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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가 꽃을 삽니다.살 수 없다면 꺾어서,꺾을 수 없다면 종이로 접어그대에게 건네렵니다. 꽃을 접는건 쉽고,한번 익히면 쉬 잊히지도 않아언제든 필요할때만들 수 있죠. 국화는 책에서,장미는 친구에게,동백꽃 접는 법은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말했다시피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랍니다.거절하지 않으면누구에게라도 전할 수 있어요. 그것이사람에서 사람으로먼길 굽이굽이 돌아다시 내게로 온다면,여한이 없을 겁니다. 거리로 나가종이를 사요.살 수 없다면훔쳐서,훔칠 수 없다면책장을 찢어꽃을 피워 흩뿌릴래요.
선물 이를테면, 생일날 큰 상자를 소중히 안고와 너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야 라며 떠넘겨 오는데, 기대에찬 마음으로 조심스레 열어보니 정작 안에 담긴 것은 낡고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그냥 잡동산이에 불과하고, 저쪽은 순진한 얼굴로 안색을 살피는데, 싫은 내색은 하지도 못하고 꾸며낸 미소로 거기 답하며 이것을 어찌 처리해야할까 속으로 한참동안 고민하는 그런 상황인거야. 그러니, 이것은 다시 상자에 담아 지하 으슥진 곳에 던져놓을 수 밖에.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거기 있을테지. 너무 낡고 무거워 홀로 들어올릴수도 없고, 건드리는 순간 조각조각 부숴져 버릴테니.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꿈 속에서 꿈 속에는 언제나 어린 아이가 나온다. 그 아이는 늘 혼자이다. 그리고 영원히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안개낀 아침 안개가 낀다는 것은 그날은 맑다는 징조 하늘은 높고 흰구름 흐르고 볕이 따스한 아침 꽃이 피어나 나비 날아들면 과실이 무르익고 바람은 불어 지친 그대 이마 가만히 쓸고가리 안개가 낀 창가에서 고요히 흐르는 시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나르키소스 이제 알았소 내가 보고 있던 것은 진실이 아니었다오. 수면 위 그대 움직임은 사실과는 다르게 늘 반대 방향으로 향하니. 마치 그댄 거짓으로 치장한 까마귀 같소. 하지만 나를 닮은 그대 모습이 나를 속이곤 심장을 훔쳐갔고 아직도 그것을 되찾지 못해 나는 물가를 서성이고 있소. 이제 알았소 내 시선이 쫓던 것은 그대가 아니었다오.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수면 위의 일렁임. 사실 찰나에 불과했소. 나는 그 앞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오. 외곡된 상을 향해 손을 뻗지만 손 끝에 닿는 것은 서늘함 뿐. 잃어 버린 마음은 잡히지 않고 강은 그저 무심히 흘러갔소. 모든 것은 내 잘못이오. 잃어선 안 될 것을 잃었고, 보아선 안될 것을 봐버렸고,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 했소. 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소. 내 다린 ..
시간이 내리는 소리 깊은 밤, 잠 못 이루다 사박사박 눈 밟는 소리에 가만히 창문을 연다. 서늘한 바람사이 선명한 발자국. 놀란 눈을 하고 있는 동안 눈은 자꾸만 쌓여 흔적을 덮고 숄도 없이 현관을 나서지만 쌓인 시간의 깊이만큼 망각 역시 깊어져 감촉도 형태도 아득해져. 놓지 못하는 기억의 끝자락은 움켜쥐면 쥘수록 붉게 언 손가락 사이로 방울방울 흐르고 나는 겁에 질린 아이처럼 슬픈 소리를 낸다. 깊은 밤, 달빛은 구름 너머 아득하고 어깨위로 가만히 시간이 내리는 소리가 쌓인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고양이로 산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난로앞은 편치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양이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쉬울것이다. 너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걷고 몸을 치장한다. 무례하게 뻗어오는 손길 사이에서 말 없이 상처를 치유하며 타인의 일인양 아픔을 억누른다. 때론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해도 거긴 너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군간 그것을 빨강이라 부르고 다른이는 파랑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보라빛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발톱을 갈고 침묵하며 높은 곳을 향해 오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전히 새로운 풍경을 꿈꾸며.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별과 그녀 그리고 아이스초콜릿 누군가 노래했지 별은 영원토록 빛난다고. 하지만 아침이 밝아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밤은 너무나 짧아. 매일 저녁, 그녀는 일상에 지친 몸을 끌고 카페의 문을 두들기지. 부르튼 거친 손에는 동전 두개와 구겨진 지폐 세장. 그리고 늘 이렇게 말해. "아이스 초콜릿 한잔주세요." 까끌한 손아귀에 쥐어지는 매끄러운 일회용 컵. 달콤한 크림을 베어물고 그녀는 기쁨에찬 아이처럼 커피향 가득한 카페를 나서네. 별과 그녀 그리고 덧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녹아드는 아이스 초콜릿. 흔적도 없이 사라질 별과 그녀 그리고 녹아드는 아이스 초콜릿. 지금 이 달콤한 순간. 내일 저녁, 그녀는 또다시 지친 몸을 끌고 카페에 들어서겠지. 나날이 식어가는 밤. 그러나 여전히 거친 손 내밀며 그녀는 같은 말을 하네. iPhone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