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60)
단어 어느날, 네가 말을 걸어왔지. 바람에 날리는 잎사귀처럼 의미도 없이 가볍게 던져진 그 단어를 주워들었지. 후회할걸 알면서도. 오늘 또 넌 나에게 말을 걸었지. 언제나와 같은 단어로. 의미도 없이 가볍게. 여긴 너무 추워요. 내곁에 있어줘요. 나는 외로워요. 혼자두지마요. 그리고 다시 그 단어를 말해줘요. 손끝으로, 그 입술로 눈동자로, 머릿속에 속삭이고 또 속삭이지. 의미도 없이 가볍게. 후회할걸 알면서도 나는 다시 거기에 얽매이고 말아. 그리고 속삭이지.
가을이 걸어 내려오는 산에서 가을이 걸어 내려오는 산에서 메마른 낙엽이 내는 바스락 대는 소리가 들리나요. 낮고 따가운 햇볕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흘러가고 그러면 갈색 솔잎이 뺨 위로 떨어집니다. 검고 흰 바위 위, 담쟁이 넝쿨의 잎은 붉은빛. 하지만 겨울은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겨우살이의 열매는 지금도 노랗고. 건조한 공기에 시드는 이끼도 아직 푸르르며 숲의 향기는 투명한 초록빛이죠. 발끝에서 소리가 부숴 집니다. 내일이 오기 전에 사라질 작은 흔적이 생겨요.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본 파란 하늘 밑 세상은 조그마해 모든 것이 단순하고 아름답게만 보이죠. 보세요, 그 벼랑 끝자락에 마지막으로 피어오르는 들꽃의 흰 빛이 선명하네요. 내일이면 질 꽃이지만 아직은 오늘입니다. 가을이 걸어 내려오는 산에서 왜 그리 서성이나요, 아직 오지도..
환삼덩굴 너에게 이름은 있으나 많은 이가 그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혹여나 그를 입에담는다 해도 그것은 저주에 가까울 것이다. 지난날의 모지게 내린 비에도 녹지 않고 너는 피어났다. 대지를 가르는 열기 속에서도 너는 피었다. 낫질을 하고 독을 풀고 혹은 짓밟아도 내뻗는 손발을 날카롭게 할퀴며 너는 핀다. 하늘에 대한 동경이 너를 살게 했다. 뿌리라는 이름의 발톱으로 필사적으로 매달려 높이 조금더 높이. 기어오른다 해도 반길이 없건만 거친 나무껍질을 물어뜯으며 닿지 못할 하늘로 또 한걸음. 그런 너일지라도 나염천 고운 천자락을 물들이고 향긋한 나물이되어 상위에 오르며 열에 들뜬 입술을 식혀줄수 있다고, 그러니 천하다 이르지 말라며 누군가는 말한다. 하지만 네가 남긴 상처는 달포가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심장은 ..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나는 텅 비어 있어요. 가슴 깊은 곳에서 빛나던 그 무언가가 이제는 잡히지 않네요. 그저 그 빈 자리의 허전함만 남아 끓임 없이 그것을 그리게 만드네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한땐 그 샘가에도 꽃이 피었죠. 달콤하고 시린 향을가진 흰색과 연분홍과 노랑의 물결. 하지만 이젠 기억뿐이죠. 그 부드러운 꽃잎의 촉감도 스쳐 지나가던 나비의 날개짓도 이젠 부질없는 추억이예요.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렇게 말하면 모든 것이 돌아올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바위에 꽃을 그린다해도 그 그림이 아무리 완벽하다 해도 거기선 결코 향이나지 않지요. 달콤하고 시린 떨림도 없이 돌은 그저 매마르고 차가울 뿐. 마치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그저 고갈된 사막의 샘처럼. 안녕. 작별 인사는 내가 먼저 꺼낼게요. 그러니 그..
coffee 너는 밤과 같아. 진하고 깊은 갈褐빛 향은 황홀히 피어올랐다. 온기가 일렁이는 잔에 입맞추며 비단같이 매끄러운 그러나 묵직한 여운을 삼킨다. 손 끝이 심장이 떨린다. 눈을 감고 멀어져가는 감미로움을 그러쥐었다. 너이기에, '씀' 조차도 달콤해지는 것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터널 검붉은 좁고 어두운 길을 간다. 선택지는 늘 하나. 그저 주어질 뿐이다. 건너거나 돌아설 수 없는 고통은 용암처럼 녹아든다. 모두 내려놓으면 약속될 안식의, 부르튼 손발에 부어질 향유의 냄새가 났다. 하지만 걸음은 왜 멈추지 않는지. 불꽃에 휩싸이면서도 다시 검은 오늘위로 거친 발을 내딛는다. 마침내 너는 첫 울음을 터트리리라.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시들어버리다 마음이 먼저 떠났다. 그래서 시들어 버려다. 질식해 버린 꽃에는 향기가 조차 남지않는다.
夜三更 야삼경(夜三更), 스며드는 달빛 아래 연분홍 꽃잎에 적은 연심. 매서운 봄바람에 하얗게 흩날리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