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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물고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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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외로운 사람이 있었다 옛날에 한 외로운 사람이 있었다. 너무나 외로워 산을 향해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산은 그가 말을 건네면 대답을 돌려주었지만, 결코 먼저 입을 여는 법은 없었다. 때로 그가 너무 지쳐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 때면 산은 대답조차 하지 않곤 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산을 향해 한 번 더, 더 크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 언젠간 결국 대답은 돌아왔다. 어느 날, 산은 더 이상 대답을 돌려주지 않게 되었다. 한번, 한 번 더, 더 크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가 말을 걸었지만 산은 더 이상 어떤 대답도 돌려주지 않았다. 옛날에 한 외로운 사람이 있었다. 너무나 외로워 산을 향해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산이 그에게 어떤 대답도 돌려주지 않자 그는 산을 곁을 떠났다.
나, 그리고 한두 마리 그늘진 서쪽 벽 모퉁이에 있던 갈색의 자루 속에는 뻣뻣하게 굳은 죽음이 숨겨져 있었다. 아침, 상아빛 털을 붉게 물들이고 힘겹게 서있던 너를 나는 외면 해버렸다. 울고 있는 동생을 달래는 동안 핏덩이에서 한마리가 눈을 떴고 그것이 죄의 대라가 믿었다. 아픔을 피해 웅크리고 있는 사이 그것은 어둠 속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고 깊이 잠들어 시선조차 마주 할 수 없었다. 그저 네가 거기 있음만을 알 뿐이다. 언젠가 여름 용서하고자 마음 먹었던 그가 죄를 범했을 때 비로서 다시 한마리가 눈을 떴다. 돌보지 않아 내팽겨쳐진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쑥쑥 자라 무엇인지도 몇마리인지도 알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 미래가 없던 아이를 바라볼때 니가 말을 걸어 왔다. 이것은 너의 몫이야. 피하지마. 그래서 나는 너를 그리..
들리나요, 문을 걸어 잠군 동굴의 문턱을 두드리는 바람의 노래. 따사로운 손길로 차가운 얼음의 벽을 어루만지고 있어요. 알 수 있나요, 오직 바람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기를 울리는 온기에 귀를 기울여 봐요. 그것이 말라비틀어진 진흙구덩이에 지나지 않았을 지라도 부드러운 바람이 그 옆을 스쳐 지나가며 갈색 풀더미들을 바스락 거리게 만들고, 톡, 토독 작은 도토리들 서넛, 장난 스레 샘 주변으로 몸을 굴리고 한 마리 붉은 물고기, 메마른 땅 위에 그 춤을 바치죠. 그것이 범해서는 안 될 터부라 여겨져 왔을 지라도 파르르 떨리는 귀뚜라미의 날개와 같은 마음으로 노래하고 걷고 또 걷는 개미의 집요함으로 다가가지요. 하지만 때론 가시 위를 지나는 달팽이와 같은 너그러움도 필요하답니다. 들리나요, 지저에 흐르..
혈육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말하곤 한다. 의심을 품을 이유도 요구 하는 것도 어떤 대가나 떠날 필요, 혹은 돌아올 필요도 없이 그저 곁에 있는것 서로를 보듬어 주는것 사랑하는 것 믿고 지키는 것 내 피가 되고 내 살이 되렴 언젠가 이곳에 도달한다면.
단어연습 - 바라다 / 바래다 이보게, 자네 해바라기는 어찌하여 태양을 향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끊임없이 연모의 정을 바치는지 아는가. 이미 바래버린 노란 꽃잎 사이에 익어가는 갈색의 씨앗들은 그를 알고 있지. 또한 저 굼벵이는 무엇을 바라며 땅속 깊은 곳에서 숨조차 죽이고 쓰디쓴 흙만을 삼키며 살아가는지 아는가. 나뭇잎 사이에 남은 바래가는 허물을 보고 있노라면 알 수 있다네. 허면 이제는 쓸모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달을 보며 비는 이유를 자네는 아는가. 기억 속 추억을 그 너머로 바래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
마치 달팽이 처럼 때때로 숨이 막힌다.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길 예견하지 못한 창날이 만들어내는 상처 올려다보고만 아득한 하늘아래 느끼는 현기증 그러나 빛나는 유리조각은 언제나 나를 매혹하고 바삭대는 바닥을 디디며 길고긴 붉은 흔적을 남겨. 서서히 마치 달팽이처럼 말라 비들어져가는 근육으로 한줌 남은 촉촉함마저 길가에 뿌리고 한발 다시 한발 내딛어 마치 달팽이처럼 구름이 태양을 가려 유리조각들은 빛을 잃고 끝을 알수 없는 깊은 샘은 매꿔지리라 그때가 되면 이 무거운 걸음도 한결 편해지리. 비를 기다린다 그래, 마치 달팽이 처럼 하염없이 ,하염없이.
맑은 날에는 모자를 높고 까마득한 파랑은 바라보고 있노라면 현기증이 입니다. 태양이 성난 불꽃을 마구 던지는 맑은 날에는 모자를. 안녕? 불어오는 습한 서풍. 머리 위를 덮는 상냥한 구름 그림자. 그 틈바구니로 흘러드는 빛은 손에 닿을듯해 아름다워 바람을 향해 모자를 날려 보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글쟁이들의 글 이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은 언 땅을 녹여 발아래가 진창입니다. 고개를 자꾸 돌리게 되는 것은 매서운 남풍의 탓. 기다리던 봄날인데 나뭇가지엔 아직도 눈꽃 만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