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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궤적/다이어리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다듬은지 오래되어 모양새가 말이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길이.
내일 아르바이트도 나가고 해서
이참에 자르자는 생각으로 자주 가는 미용실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왔는데도 스타일리스트가 나를 알아본다.

"어머, 두달만이네요?"
"네, 두달 만이네요."

멋적게 웃고 머리를 어떻게 다듬을 것인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해드릴까요?"
"다듬어 주세요. 아 그런데 뒷머리가 자꾸 삐치는데..."
"그러면 좀 잘라야 겠는데요."

짤막한 대화가 오가고
그녀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부드럽고 섬세한 손놀림을 따라
까만 머리카락들이 흐트러지면서.
사각사각 하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린다.

얼핏 거울을 살펴 봤는데...
이건 끝만 살짝 다듬은거라기 보다는 좀 많이 짧았다.
그래도 일단 단정해 보이면 되니까 하고 속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머리 카락의 길이에 그다지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
그런데 긴 앞머리는 조금 거슬렸다.

"저기 앞머리도 좀 잘라주세요."
"네? 아까 기른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그건 그냥 머리카락이고..."
"앞머리를 기르신다고..."

분명히 대화를 나눴으면서도 우리는 둘다 다른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도 나도 당혹스러운 순간 이었다.
아마 그녀는 상당히 곤혹 스러웠을 것 같다.
머리카락이란건 한번 자르면 다시 이을 수 있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내가 그다지 호들갑 스러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녀는 곧 진정하고 내 앞머리를 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머리는 다시 기르셔야 겠어요. 빨리 자라는 편이죠? 겨울이잖아요."

겨울에는 머리카락을 기를거라고
흘려 지나가듯 했던 말을 기억을 하고 있었는지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웃으며 답했다.

"네, 그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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