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해구아래/단편 (15) 썸네일형 리스트형 네가 그리는 궤적 1. 그것은 우주에서 가장 보잘 것 없고 흔한 천체에 불과했다. 태양에게서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어 한줌 빛도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서 공허히 존재하며, 설혹 빛이 흘러든다 해도 온전히 빛을 내지도 못하는 검은 얼음 덩어리. 태양계에 존재하는 천체들 중에서 가장 검은 존재. 그것이 바로 너였다. 그러나 너는 수많은 암석과 얼음덩어리들의 틈바구니에서 튕겨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너의 운명은 역전한다. 이유? 목성이나 해왕성의 중력, 혹은 또 다른 천체의 충돌. 따져보면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네 앞에 펼쳐진 길이다. 너는 다른 천체들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길을 걷게 되는 거니까. 태양계의 중심부로 끌려들어간 너는 광원에 점점 가까워진다. 카이퍼 .. 다시 잠드는 방법 차다. 차갑다. 겨우 잠들었나 했는데. 갑작스러운 불쾌한 습기에 소녀는 눈을 뜬다. 베갯맡이 축축하다. 처음엔 평소 습관처럼 침을 흘린 걸까 하는 생각이 짤막하게 머릿속을 스쳤으나, 젖은 부위가 지나치게 컸다. 생각이 깊어지는 동안 서서히 의식이 각성상태에 접어든다. 동시에 툭, 툭, 툭 하고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기 어린 울림이 귀에 들어온다. 소리의 근원은 바로 머리 위. 그제야 베게 끄트머리로 무엇인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둔한 진동이 뺨으로 전해졌다. 또 비라도 새는 걸까. 집주인에게 항의해야겠는걸. 귀찮은 마음에 옆으로 누운 상태 그대로 고개는 움직이지도 않고 한쪽 손을 머리 위로 뻗는다. 빠르지 않게 느릿느릿. 곧 소리의 근원에 도달한 손 위로 액체 방울이 떨어졌다. 톡, 톡, 톡. 차지 않았다... 과수원 기담 그래, 기담을 모으고 있다고? 이런 날씨에는 그런 오싹하고 기이한 이야기가 제격이긴 하지.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단 하나 뿐이야. 그다지 유쾌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이야기지. 그래도 들을 텐가? 좋아. 정 듣고 싶다면 내 이야기 해 줄 수밖에. - 때는 9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절이었지. 줄지어선 나무그늘 너머에서는 뜨거운 햇살이 일렁이며 도로를 달구고 있었다네. 거기에 한 소년이 있었어. 소년은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있었지. 지겨웠거든.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주말여행을 가는 중이었어. 고르지 못한 노면 탓에 차는 연신 덜컹거렸지. 소년의 부모님은 그동안 줄곧 로망이었다며 갑작스레 시골의 작은 임대 별장으로의 주말여행을 계획했던거야. 소년의 아버지는 최근 보는 전원 잡지에서 주말이나 휴가.. 치질 때문에 죽어서 영혼이 떠나려는 사람. ....ㅠㅜ 분명히 강조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내가 정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벌칙 게임의 벌칙이었음을 밝힌다;ㅂ; 눈 앞에 '빛'이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형용사를 붙일 수 있었다. 눈 처럼 새 하얗고 부드럽고 포근한. 그러나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는 '빛' 그 자체였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이유를 알수 없지만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면 나는 분명이 체면도 내팽겨 친채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울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눈물 샘도, 그 눈물 샘이 있는 눈도 그 눈이 있는 얼굴도 더이상 존재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왜? 멍하니 의문을 품었지만 머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단지 본능에 의지해 나는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을 뿐이었다. '녹아든다'라는 표.. 안녕 ...으앗! 사람이 닥치면 한다는 말도,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 말도, 역시 진실이었다!! 아무튼,,, 기한내에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ㅂ; ...다 쓰고 읽어보니 닐 게이먼의, 샌드맨의 영향이 느껴진다 ;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녕 어느 순간부터인가 무엇인가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미친 듯이 그것에 몰두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주 사소한 것 까지 전부 알지 못하면 만족 할 수 없는 듯 나는 그것을 분해해 가장 깊은 곳 까지 파고 들어간다.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건 결국 그 대상을 완전히 믿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순간 "안녕."이라고 말해야 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이젠 알 수 있다. - 그건 언제나 아주 힘든 일었다. 그 대상을 향해 쏟아 부었던 모든 것-그것이 증오, 혹은 .. 그녀의 감기 대처법 제시문 : 감기라는 소제를 사용하여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녀는 평소와 다른 묘하게 들뜬 기분에 어리둥절해했다. 지난밤 밤을 지새워 가며 으르렁 거리던 이웃집 개들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한 까닭인지 머리는 몽롱하고 무거웠다. 그녀는 이불 속에서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부스스해진 머리카락 사이로 서늘한 공기가 살랑거린다. 낡은 전기장판으로 데워진 이부자리 속과는 달리 방안의 공기는 시렸다. 오한에 몸이 작게 떨렸지만, 그녀는 곧 멍하니 일어서서 늘어진 가디건을 어께에 걸쳤다. 느릿느릿 주방으로 들어가 그릇을 꺼내고 씨리얼과 우유를 부어 말아 먹고는 다시 느릿느릿 그릇을 개수대에 가지고가 헹군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 천천히 샤워를 했다. 물기 촉촉한 머리카락으로 욕실을 나설.. 반지 제시어 : 잃어버린 반지, 영수증, 계단 저기 저 푸른 숲속에는 도깨비 한 마리가 살고 있대. 그 도깨비는 마주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소원을 들어준대. 하지만, 명심해. 그건 딱 한 번뿐이래. * * * "여기가 맞나, 김군?" 그는 삐딱하게 서서 아파트 비상계단을 바라보며 말했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였기 때문에 계단은 여기저기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부스러진 흔적들로 가득했다. "그럼 맞고말고요. 여기가 분명합니다." 소년은 확언했다. "자, 저기 보세요. 저기 저 구석에. 그림자가 흔들리는 게 보이죠?" 과연 소년의 말대로 음습한 기운이 계단 쪽에서 솟아올라 배회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여유 자작한 태도로 걸어 계단 쪽으로 향한다. 묘하게 웅얼거리면서 어디에서 들리는 건지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소리가 .. 고양씨와 늑대씨 “안녕하세요.” 고양씨가 야옹 야옹 거리며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늑대씨가 히죽 웃으며 답했습니다. “오래간 만이네요.” 고양씨가 실눈을 더욱더 가늘게 하며 인사합니다. “네, 그러게 오래간 만이네요.” 늑대씨는 날카롭게 삐져나온 송곳니를 더욱더 잘 보이게 입을 벌려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고양씨가 묻자, “뭐 요즘 양 한 마리를 잡아서 따시고 배부르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늑대씨가 대답합니다. “뭐라도 좀 드셔야죠?” 고양씨가 메뉴판을 꺼내 들어서 늑대씨에게 건네줍니다. 늑대씨는 종이를 휘척휘척 넘기다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커피로 하겠습니다.” “네, 그럼….” 고양씨는 종업원을 불러 커피 한잔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는 개다래나무 차를 시켰습니다. 늑대씨가 말..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