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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해구아래/감성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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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난, 국, 죽, 먹 - 매 - 짙은 고동색 가지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눈송이. 그 사이로 수줍게 피어오른 연분홍빛 향기에, 행인은 가던 길을 잊고 찬 바람 부는 겨울 돌담 가를 한참 서성인다. - 난 - 작고 가녀린 난초가 있었다.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꽃을 피운 난이었지. 예고도 없이 볼품없는 초록빛 꽃망울이 맺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었다. 허나, 채 피기도 전에 어린 아이의 손짓 한번에 무참히 뜯기어져 나가버렸지. 작고 가녀린 난초가 있었다. 길을 가다 난을 볼 때면 그 여린 초록빛이 아직도 선연히 떠오른다. - 국 - 티앙페이. 이 아가씨는 수줍음이 많아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단다. 유리로 만든 길고 투명한 방을 마련해, 따스한 물을 담고, 그 속에 살며시 넣어주렴. 조금만 기다리면 아름답게 피어날 테..
립스틱, USB, 껌, 휴대폰 충전기, 파우더 - 립스틱 - 록키호러픽쳐쑈. 선명한 붉은 입술과 그를 일그러트리고 있는 새하얀 이빨. 도발적인 그 포스터는 너무나 깊은 인상을 받아 붉은 입술이나 립스틱을 보면 그 그림이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립스틱은 화장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일종의 이미지이고 아이콘이다(립스틱이 아니라 립글로즈를 더 즐겨 사용하는 것도 원인의 하나이지만) - USB - 접촉. 컴퓨터라는 제한된 세상과 외계의 조우를 돕는 기기. 인터넷이 없어도 다른 세계의 정보를 간단하고 안전하게 입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중. 드라이버 버전에 따라 외계 정보에 대한 수용 속도에 차이를 보인다. - 껌 - 질겅질겅. 껌과 수다의 공통점은 구강기에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채워준다는 것과 씹는 맛이..
소원, 황소, 여명, 함성, 타종 - 소원 - 작고, 반짝거리며, 소중하고, 순수한 것. 그만큼 부서지기도 쉬운 것. - 황소 - 개.(요즘 수송아지 한 마리는 개 한 마리 값이라고) - 여명 - 경계선, 샛별이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찰나. 밤과 낮은 다른 힘의 지배하에 놓여있다. 같은 장소일지라도 그에 따라 세상은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 한다. 어둠과 빛, 그 둘의 교차지점이며 변신의 순간인 여명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며 주술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 함성 - 소리를 질러 어떠한 강열한 욕구를 표현하는 행위. 타종과 유사해 보이지만 그보다는 원시적이고 원초적이다. 함성은 나와 나 자신이 속해 있는 무리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다른 무리를 위협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 타종 - 종이라는 것은 나 자신이 듣기 위해서가 아닌 다른..
종이책, e 북, 조회수, 장르소설, 완결 - 종이책 - 이미지의 원형. 궂이 ‘종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바로 이것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 e 북 - 텍스트 파일. 종이책을 텍스트화 시켜서 컴퓨터나 기타 기기를 이용하여 볼 수 있게 마든 것. e북으로 곧장 출판되어 지는 글들도 있으나, 우리의 뇌리에서 출판이라 함은 종이책을 펴내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아직 갈 길이 먼 매체. - 조회수 - 그 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의 척도. 하지만 때때로 불공정한 조작 요소나 반짝 유행의 결과 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회 수만 믿고 그 글의 내용을 판단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 장르소설 - 킬링타임. 모든 장르 소설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장르 소설은 일정한 틀에 얽매여 벗어..
ㄱ, ㅁ, ㅇ, ㅋ, ㅎ - ㄱ - 인사하다. 감사합니다. 90'로 고개를 숙이고 그렇게 말했다. - ㅁ - 최초의. 사람이 태어나서 최초로 발음하는 자음. 입술과 입술 사이에서 나는 부드러운 소리는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알린다. 마마, 맘마. - ㅇ - 있으나 없는 것. 밭침으로 쓰일 때 이외의 ㅇ은 쓰지 않아도 발음 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없는 것보단 있는 편이 보기 좋다. - ㅋ - 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ㅎ - 흘러가다. 이빨과 입술 사이로 바람이 조용히 지나가며 만드는 소리.
얼굴, 탈(가면), 변검, 표정, 샤머니즘 얼굴 - 대표이미지. 어떤 대상을 떠올릴 때는 그 사람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리곤 한다. 가끔 떠올리려는 대상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시간을 공유했는지는 기억할 수 있으나 얼굴만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 사람을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탈 - 익명성의 힘. 가면을 쓰면 우리의 얼굴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된다. 그것은 어떠한 마음을 품더라도 그것이 표정에 드러나 보이지 않는 다는 의미이다. 심지어는 당신이 누구인지 조차 그들은 판별 할 수 없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식 하는 순간, 내면에 감추어져 있던 그것은 눈을 뜬다. 변검 - 변신. 그저 순간이면 족하다.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그는 다른 빛으로 전신을 물들이고 있다. 어떠..
영수증, 색연필, 약, 주사, 엉덩이 영수증 - 이건 이제 내거야. 적절한 대가를 치루고 어느 대상을 나에게 종속시켰다는 증거물. 색연필 - 옳고 그름. 당신이 적은 답이 맞는다면 그것은 동그라미를 그려 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흉터같이 길고 붉은 흔적을 남길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그 흉터가 당신의 피부위에 실체를 드러내기도 한다. 찰싹. 약 - 우리는 신체에 어떠한 이상이 생겼을 때 적절한 약을 처방함으로써 그 증세를 호전 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전혀 틀린 처방받을 수도 있으며 약이 필요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먹이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건 약이 아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주사 - 부디 나에게 행운이 따르길. 약을 입이 아닌 근육이나 혈관을 통해 투여하는 도구. 사용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그것은 도저히 견디기 힘든 시련..
눈물, 땀, 비, 침, 피 눈물 - 감정이 차오르고 흔들려 넘친 것. 사람들은 울지 못하는 이를 향해 감정이 메말랐다는 표현을 쓴다. 땀 - 우리 신체가 어떤 운동을 할 때에 몸에서는 열에너지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방출하기 위해 땀을 생산한다. 그래서 땀이란 노력의 상징으로 흔히 쓰이곤 한다. 허나 언제나 흘린 땀과 그 대가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비 - 파동. 비는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추락하여 땅에 충돌하는 현상이다. 그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우리를 흔들기 때문에 비가 오면 사람의 감정이 움직인다. 침 - 음식물이 만나는 최초의 소화액. 식욕은 가장 원초적인 욕구중 하나로, 이것을 원하거나 충족할 때 타액이 분비된다. 무엇인가를 탐할 때 군침을 흘린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식욕이 얼마나 강하고 본능적인 ..